‘푸른 유니폼을 벗은 돌부처.’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삼성 오승환(왼쪽 끝)이 5일 대구구장에 사복 차림으로 나와 아시아시리즈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는 코치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이재국 기자
美·日 어디든 날 필요로 하는 팀 우선
마무리로서 정당한 대우가 선택 기준
현재로선 구체적 오퍼 건넨 구단 없어
이달 중 윤곽…일본 갈 경우 속도 낼듯
“조만간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부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오승환(31·삼성)은 5일 초미의 관심사인 자신의 진로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이 이날부터 대구구장에서 아시아시리즈에 대비한 훈련을 시작하자, 오승환은 류중일 감독에게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동료 선후배들이 모두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했지만, 그는 사복 차림으로 미팅에 참가한 뒤 인사를 했다.
오승환은 기자들과 만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 정말 기분이 좋고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다. 나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팀 전력이 좋으니까 삼성 라이온즈가 아시아시리즈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다”며 동료들을 응원했다. 삼성 선수들과 포옹을 하며 악수를 나눈 데 대해 그는 “별 다른 의미는 없다. 아시아시리즈에 잘 다녀오라는 뜻이었다”며 웃었다.
해외 진출과 관련된 질문에는 “조만간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이 진행되고 결과가 나왔을 때 얘기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미국이 될지 일본이 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에이전트가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 인텔리전스 대표는 이날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은 해외 구단으로부터 구체적인 오퍼를 받고 그런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한국시리즈 이후에 본격적으로 해외 구단들이 오승환 영입에 대해 뜨겁게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오승환의 행선지에 대해선 “현재로선 미국이냐, 일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승환을 필요로 하는 팀이 최우선이다. 마무리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느냐를 선택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일본 언론을 통해 한신을 비롯한 일본프로야구팀들은 오승환을 확실한 마무리투수로 보고 적극적 구애를 펼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마무리를 보장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일본으로 간다면 당연히 마무리 보직을 보장하는 팀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로 간다면 마무리 보장까지 원할 수는 없다. 다만 오승환이 뛸 수 있고, 오승환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해주는 팀이면 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오승환의 행선지가 결정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김 대표는 “메이저리그는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다소 걸리겠지만, 11월 안에는 어느 정도 결정이 될 것이다”며 “만약 일본에서 좋은 조건이 온다면 결정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포스팅 절차 없이 삼성 구단과 일본 구단이 직접 협상을 하면 되기 때문에 일정이 당겨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은 대승적 차원에서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