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합의판정을 위해 4심이 논의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후반기부터 한국형 비디오판독이라 불리는 심판합의판정이 시행됐다. 그러나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라는 본래의 명분이 무색하게 곳곳에서 제도의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장의 가장 큰 불만은 소위 ‘30초 룰’이다.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하려면 감독은 30초 안에 덕아웃에서 나와 심판에게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사실 ‘30초 룰’은 처음에는 감독자 회의에서 대수롭지 않게 다뤄졌다. 왜냐면 30초라는 시간은 리플레이를 보고 덕아웃에서 나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제도가 시행되고 보니, 방송사의 리플레이가 30초 안에 나오지를 않았다. 감독들은 당황했고, 직감으로 오심 여부를 판단해야 되는 현실에 배신감마저 느꼈다. 감독의 느낌에 따라 흐름이 요동을 칠 수 있게 되자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아예 롯데 김시진 감독은 “이럴 거면 비디오판독은 도대체 왜 하는 거냐?”라고 무용론을 제기했다. 정확하게 판정하자고 하는 심판합의제인데 왜 미리 리플레이를 못보고, 30초 안에 항의 여부를 감독이 감으로 판단해야 되느냐는 것이다. 현장 감독 절대다수가 김 감독과 생각의 궤를 같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감독자회의는 현실적으로 힘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단장들까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에 따르면 다음 프로야구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30초 룰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당수 단장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고, 30초 룰 폐지를 추진한다는 얘기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도입된 심판합의제라면 리플레이를 보고 감독이 요청을 하는 것이 이치에 들어맞는다는 생각인 것이다.
다만 현재 SK, LG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 단장들이 견학 차, 미국에 나가 있는 상태다. 이들이 한국에 돌아와야 다음 실행위원회 일정을 잡을 텐데 아직 8월에 언제 회동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늦어도 9월에는 ‘30초 룰’ 폐지가 현실화된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