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마법사의 첫 발걸음] 인성 때문에 퇴출당한 NC 아담…실력 때문에 짐싼 kt 시스코

입력 2015-06-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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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윌크-앤디 시스코(오른쪽). 스포츠동아DB

8. 용병 퇴출에 대처하는 신생팀의 자세

아담 윌크, NC입단 후 노골적 불만표출
불협화음에 2군 통보받자 감독 비난까지

앤디 시스코, kt 외국인 선수 융화 리드
개인훈련 노력해도 제구력 난조에 교체

순둥이→거만한 놈→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개XX. 상당수 외국인선수들은 KBO리그에서 연차가 쌓일수록 팀 내 평가가 달라진다.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불과 1∼2년 만에 변신하는 경우도 많다. 야구를 잘하면 잘할수록 콧대가 높아지고 동료들을 자신의 부속품처럼 여기는 일이 뒤따르고, 결국 고참 선수나 코치, 심지어 감독과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하는 용병도 있다.

2013년 NC의 1군 데뷔를 함께했던 아담 윌크(당시 27세)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이 같은 과정을 밟았다. 그렇다고 야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4년간 82경기 493.1이닝 방어율 2.66을 기록한 27세 좌완투수가 한국에 온다고 했을 때부터 ‘돈이 급한가’, ‘1년 뒤 자유계약선수가 되려는 속셈’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합류와 함께 스스로 “한글을 배우고 있다. 모음과 자음을 쓸 수 있다”며 한글로 ‘아담 윌크’를 쓰는 모습에 NC 스태프는 안심했다.

아담은 한글을 쓸 줄은 알았지만, 한국과 한국야구를 존중하진 않았다. 신생팀의 여러 불안정한 시스템에 대놓고 경악했고, 야수들의 수비를 보며 눈을 치켜들고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훗날 스스로 고백했는데, 북한과 전쟁이 터지면 곧장 일본으로 타고 갈 배편도 마산항에 준비해놓았다. 여러모로 불협화음을 빚었다. 아담에게 한 차례 경고를 준 김경문 감독은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곧장 2군으로 보냈다. 아담은 SNS를 통해 김 감독을 비난하는 듯한 글까지 올렸다. 결과는 출국 조치(2013년 8월 27일). 시즌 후반부였고, 젊은 투수들에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대체용병은 영입하지 않았다.

kt 앤디 시스코(32)는 2015시즌이 시작되자 ‘고참’ 크리스 옥스프링(38)을 능가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일부 외국인선수들이 사소한 불만을 말할 때면 “지난해 우리가 어떻게 올해를 준비했는지 아느냐? 맨 땅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경기했다.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다그치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도 홀로 그라운드에서 흠뻑 젖어가며 개인훈련을 했던 시스코는 결국 심각한 제구력 난조로 교체됐다.

사실상 내부적으로 시스코를 교체하기로 결단을 내린 kt는 고심 끝에 외국인타자 댄 블랙을 대체선수로 낙점했다. 5월 2일 이충무 운영팀 차장과 전병호 코치가 미국으로 출국한지 25일만의 결정이었다. 2년 전 아담과는 정반대로 무척이나 성실했지만 결국 실력이 문제였다. 투수를 버리고 타자를 선택한 것은 팀 상황과 시기는 다르지만, 역시 젊은 투수들의 가능성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kt 해외 스카우트팀의 시선은 이미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맞춰져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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