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끝내는 남자 김주현 “이제는 효도 해야죠“

입력 2015-07-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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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주현이 신고선수의 성공 사례를 써내려가고 있다. 최근 롯데의 3연승 과정에서 그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스포츠동아DB

롯데 김주현이 신고선수의 성공 사례를 써내려가고 있다. 최근 롯데의 3연승 과정에서 그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스포츠동아DB

■ 롯데 김주현

방출·신고선수·2군 시련 딛고
롯데서 4년만에 1군 입성 성공
한화·NC전 잇단 결승타·끝내기


프로 9년차, 신인 시절부터 1군에서 풀타임으로 뛰었다면 ‘예비 FA(프리에이전트)’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시점이다.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9년의 시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칠흑 같은 어둠 속 ‘인고’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롯데 외야수 김주현(27)도 스포트라이트보다는 어둠이 익숙한 선수였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전체 47순위로 KIA에 지명된 그는 2008년 2경기에서 5타수 1안타의 성적만을 남기고 2009년 방출됐다.


● 서울 대신 상동에서, 부모님 걱정에 이 악물었다!

이렇다 할 1군 기록 없이 방출된 선수는 많다. 그 순간 야구공을 놓는 선수들도 있고, 다른 팀에서 기회를 얻은 선수도 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방망이에 소질이 있던 김주현은 롯데 2군이 있는 경남 김해 상동에서 테스트를 받고 2010년 롯데에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군 복무까지 마쳤다.

김주현은 2012년 서울 집 대신 아예 상동에 방을 구해 2군 구장 근처에서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시작했다. 퇴근 후나 휴일이면 구장을 찾아 홀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복무기간이 끝날 때인 2013년 말, 팀 복귀를 앞두고 발목을 다치고 말았다.

김주현은 당시를 떠올리며 “1년간 한 게 헛수고가 되나 싶었다. 겨울에 쉬면서 초조했는데, 작년에 팀에 돌아온 뒤 이상하게 방망이가 잘 맞았다. 그러다 6월에 ‘1군에서 보자’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정식선수가 된 것이다.

꿈에도 그리던 1군 기회, 롯데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은지 4년만이었다. 정식선수로 전환돼 계약서에 사인한 기쁨도 잠시, 또다시 치열한 경쟁이었다. 그는 “올 시즌 초 2군에서도 너무 못해서 잠시 3군에 내려갔었다. 다른 것보다 아버지께서 2군 기록을 꼭 챙겨보시는데, 내 이름이 안 나오니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 ‘강심장’ 김주현,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김주현은 12일 올 시즌 2번째로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14일 청주 한화전에서 3-3 동점인 9회초 1사 후 대타로 나서서 깔끔한 좌전안타를 날렸다. 15일에는 ‘주인공’이 됐다. 10-10 동점인 연장 10회초 1사 2루서 대타로 투입돼 결승 2점홈런을 때려냈다.

청주의 좋은 기억은 후반기에도 이어졌다. 21일 울산 NC전에선 1-1 동점인 9회말 2사 만루서 12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12구 중 볼 4개를 제외한 8구 모두를 파울로 커트해내는 집념을 보였다.

이쯤 되면 ‘강심장’이다. 지난해까지 1군에 고작 11경기 나온 선수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김주현은 “긴장한다고 달라질 건 없더라. 그래서 일부러 그런 생각을 안 하려 한다. 8년간 2군에 있었다. 1, 2군을 오가는 선수들은 기회에 대한 생각이 강하지만 그게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15일 결승 홈런을 때려낸 뒤 “부모님 생각이 난다”며 감격해 했던 그는 이번 올스타 브레이크 때 서울로 상경해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려 했다. 선수단에 이틀간의 휴가가 주어진 것. 그러나 그는 부모님께 전화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실내훈련장으로 향했다. 김주현은 “잠깐 쉬다가 좋았던 감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남아서 운동을 했다. 그게 부모님께 더 좋은 효도 같았다”며 미소 지었다.

울산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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