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 사진제공|KLPGA
국내 유일의 LPGA투어인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은 LPGA 진출을 노리는 국내파들에겐 교두보가 되어 왔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LPGA로 직행하는 자격이 주어진다. 올해도 20명의 선수들이 신데렐라를 꿈꾸며 도전하고 있다. 추천 선수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정희윤(22·사진)도 그 중 한 명이다.
정희윤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큰아버지를 통해 골프를 배우게 됐다. 주니어시절 두각을 보이지는 못했다. 우승 경력도 없고 국가대표와도 거리가 멀었다. 고교 시절엔 잠시 뉴질랜드로 골프유학을 다녀왔다. 2년 동안의 골프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2012년 8월 KLPGA투어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하지만 프로생활은 고됐다. 2부(드림투어)에서 뛰면서 5월 드림투어 5차전에서 우승한 게 최고 성적이다. 현재 상금랭킹 8위에 올라 있는 정희윤은 6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KLPGA 정규투어 출전권 획득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내 1부 투어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한 정희윤에게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은 높은 벽이다. 우승을 넘볼 실력도 아니다. 대신 떨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10번홀(파4)에서 경기를 시작한 정희윤은 버디를 기록하며 꼴찌 돌풍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곧 경험 부족의 한계에 부딪혔다. 14번홀(파4)에서 보기를 한 뒤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연속 4개 홀을 보기로 마무리하면서 순식간에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프로 첫 정규무대에서 4오버파 76타(74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경기 후 정희윤의 표정은 어리둥절해 보였다. “정신이 없었어요. 긴 러프도 생소했고 이런 코스에서 처음 경기하다보니 잘 적응이 안 되네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떨리진 않았어요. 성적도 성적이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인천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