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가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2015~2016시즌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5차 대회에 나설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정해진 규정을 지켜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진제공|빙상경기연맹
“‘이상화 죽이기’가 아니다. 바뀐 규정을 통보했고, 정해놓은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대한빙상경기연맹)
‘빙속여제’ 이상화(26·스포츠토토)가 바뀐 규정에 발목을 잡혀 29일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2015∼2016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5차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문제의 발단은 이상화가 지난달 22∼23일 벌어진 제42회 전국남녀스프린트선수권대회 및 제70회 종합선수권대회에 피로누적으로 불참한 것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11일 “지난 시즌까진 한 번 국가대표에 선발되면 월드컵 1∼5차 대회를 모두 뛸 수 있었는데, 500m만 뛰고 1000m는 포기하는 선수가 나오는 등 폐해가 속출했다”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이번 시즌부터 국내선발전을 통과한 선수에게만 월드컵 5차 대회 출전권을 주기로 규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맹은 지난달 21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이번 대회(제42회 전국남녀스프린트선수권대회)를 통해 월드컵 5차 대회에 파견할 선수를 선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맹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이상화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월드컵 1∼4차 대회에 앞서 장·단거리 국내랭킹 1위 남녀 1명씩을 국가대표로 우선 선발한 것도 사실상 이상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는가”라며 “규정에 ‘우선 선발된 선수들은 반드시 국내선발전에 출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숙지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상화측이 이 같은 연맹의 방침을 사전에 숙지하지 못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이상화의 월드컵 5차 대회 출전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연맹 관계자는 “장거리의 박도영도 이상화처럼 월드컵 1∼4차 대회 1500m, 3000m에서 랭킹점수를 획득해 2016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는 출전하지만, 국내선발전에서 순위 밖으로 밀려나 월드컵 5차 대회에 나가지 못한다. 이상화에게 혜택을 준다면 박도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형평성을 생각하면 정해진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