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양궁 올림픽대표 선발 최종전 아름다운 눈물

입력 2016-04-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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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영이 19일 대전 유성의 LH연수원에서 벌어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양궁국가대표 2차 평가전을 마친 뒤 탈락의 아쉬움에 눈물을 쏟고 있다.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김우진·구본찬·이승윤·최미선
기보배·장혜진 등 6명 최종확정
경기 후 탈락 선수와 함께 눈물


6개월여의 기나긴 여정이 마무리됐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사상 첫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양궁국가대표팀(총감독 문형철)의 엔트리가 최종 확정됐다.

대한양궁협회(회장 정의선)는 19일 대전 유성의 LH연수원에서 끝난 2차 평가전을 통해 리우올림픽에 나설 태극궁사들을 선발했다. 김우진(청주시청)-구본찬(현대제철)-이승윤(코오롱·이상 남자), 최미선(광주여대)-기보배(광주광역시청)-장혜진(LH·이상 여자) 등 6명이 리우로 향한다. 김우진과 장혜진은 2012런던올림픽 선발전 4위로 탈락한 기억이 있고,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도 2014인천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연말 재야 선발전부터 5차례에 걸친 일정이었다. 3월 국가대표팀(남녀 각각 8명)을 뽑은 뒤 1·2차 자체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 궁사들을 추렸다. 이날은 모든 선발 일정의 끝이었다. 남자부는 18일 일찌감치 큰 윤곽이 드러났고, 여자부는 3위를 놓고 끝까지 경합했다.

똑같이 태극마크를 달고 있었으나, 올림픽을 놓고 운명은 엇갈렸다. 공교롭게도 평가전 경쟁 선수들의 소속팀이 겹쳤다. 현대제철(구본찬·오진혁), 코오롱(이승윤·이우석), 광주광역시청(기보배·이특영), LH(장혜진·전성은) 등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이었다. 외로이 사선에 선 제자들을 지켜본 스승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대표팀을 지도한 서오석 코오롱 감독은 “죽을 맛이다. 올해는 유독 괴롭다”며 안타까워했다.

드디어 마지막 발. “수고했다”는 외침과 동시에 곳곳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은 “손에 쥔 무언가를 내려놓은 느낌이다. 머리는 (탈락을) 이해했는데, 마음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이 큰일을 해낼 것”이라고 격려를 잊지 않았다. 오진혁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싼 장영술 현대제철 감독도 “내가 괜히 가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나도 그 아픔을 안다. 마음이 복잡하다”던 김우진은 “이 때가 가장 힘들다”며 착잡해했다. 구본찬은 “형님들 몫까지 한다. 위대한 업적을 이어간다”며 의지를 다졌다.

여자선수들은 더욱 눈물바다. 강채영(경희대)은 불과 1점차로 장혜진에 밀려 올림픽행이 좌절됐다. 서로를 꼭 끌어안은 언니는 미안해서, 동생은 안타까워서 함께 펑펑 울었다. 그렇게 리우올림픽으로 향하는 한 장이 끝났고, 또 다른 장이 열렸다.

대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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