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세든. 스포츠동아DB
세든 회복과 교체카드, 상황에 맞는 투트랙 대응
SK가 칼을 빼들 수 있을까. 교체할 선수만 나온다면 움직일 태세다. 그 대상은 외국인타자 헥터 고메즈(28)가 아닌, 최근 부진에 빠진 투수 크리스 세든(33)이다.
세든은 10일 문학 NC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당장 교체를 의미하는 2군행은 아니다. 구단 관계자는 “통상적인 정비 과정을 밟는다. 컨디션을 회복하고, 문제점을 찾고 교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K는 세든의 교체도 고려하고 있다. 단 미국에서 쓸 만한 외국인선수가 나와야만 한다. 현재로선 세든의 회복과 교체 카드를 모두를 고려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현지에 있는 외국인 스카우트 쪽에서 영입 가능한 선수가 나오면 전격적으로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
SK 고위 관계자는 “고메즈가 먼저 짐을 쌀까 했는데 세든이 먼저 가게 생겼다”며 씁쓸해 했다. 세든은 2013년 다승왕(14승) 출신으로 검증된 투수였다. 반면 새얼굴인 유격수 고메즈는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타격과 지나친 적극성 탓에 시즌 초반 KBO리그 적응에 애를 먹었다. 여기에 가래톳 부상까지 겹쳐 3주 가량 공백이 있었다.
그 사이 고메즈 영입으로 2루수로 전환한 김성현이 유격수를 맡다 수비 실책으로 주춤하기도 했다. 고메즈는 1군 복귀 후에도 바깥쪽 공에 대한 약점과 참을성, 선구안 부족을 노출했다.
고메즈 교체에는 걸림돌이 있었다. 그의 포지션 문제다. 당장 고메즈가 빠지면 유격수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김성현의 경우, 실책이 많아지는 유격수보다는 2루수로 뛰게 한다는 게 현장의 생각이다. 유격수가 가능한 대체 외국인선수를 찾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고메즈는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부상 이전 1할대이던 타율을 2할6푼대까지 끌어올렸다. 수비에서 실책이 급증하고 있지만, 타석에서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나친 적극성을 억제하며 공을 좀더 보고, 우측으로 밀어치는 타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 사이 세든이 무너졌다. 4월 5차례 등판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던 세든은 이후 7차례 등판에서 단 1번(5월 17일 롯데전·6이닝 2실점 1자책점)밖에 6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5월부터 대량실점 경기가 늘더니, 5월 29일 삼성전 1.1이닝 8실점(5자책점), 6월 4일 두산전 3이닝 7실점(3자책점)으로 무너졌다. 결국 6월 9일 롯데전서는 3이닝 4실점하자 벤치가 빠르게 움직이기에 이르렀다.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힌 셈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1군에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계속 지켜보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여전히 직구 구속이 130㎞대에서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외국인선수 시장에선 복수의 팀이 “데려올 선수가 없다”고 말한다. SK는 어떨까. 세든의 회복이 빠를까, 새 외국인선수 발탁이 빠를까. 운명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