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역사가 저물다…“할 수 있어” 외친 6500여 팬들 눈물 속 강등

입력 2016-11-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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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16’ 2차전 성남 FC와 강원 FC의 경기에서 강원이 1-1 무승부를 거두며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클래식 승격을 이뤄냈다. 경기 후 성남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탄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역대 최다 K리그 7회·챔스 2회 우승 명문팀

간절했던 마지막 몸부림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때 K리그 최강자로 군림했던 성남FC의 위대한 역사가 또 다른 역사에 묻혀버렸다.

성남이 내년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됐다. 클래식(1부리그) 11위 자격으로 임한 챌린지 소속 강원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무너졌다. 17일 원정 1차전 0-0 무승부에 이어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홈 2차전에선 1-1로 비겼다.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강원이 내년 시즌 클래식으로 승격한다. “할 수 있어! 성남!”을 외친 6500여 홈팬들은 끝내 울먹이고 말았다.

징크스는 지독했다. 2013시즌 승강 PO 시행 이후 클래식 팀이 생존한 사례는 없었다. 성남 지휘봉을 잡은 변성환 코치는 이날 홈 승부를 앞두고 “(역대 승강 PO 1차전에서) 클래식 팀들이 전부 패한 징크스를 깼다”며 ‘절반의 성공’을 강조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한 시절을 풍미한 성남이다. 일화 시절 역대 최다인 K리그 7회·FA컵 2회·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컵 등 기타 대회를 더하면 트로피는 차고도 넘친다. 2014년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뒤에도 그해 FA컵을 평정했고, 이듬해 시민구단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올해는 절망의 시간이었다. 조짐은 있었다. 2차례나 사령탑이 교체됐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김학범 전 감독을 경질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성적 부진’으로 포장됐지만, 당시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지 못했다. 구상범 감독대행도 소방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성남이 마지막으로 승리한 기억은 9월 17일 수원FC와의 홈경기다. 이후 8경기 무승(2무6패)에 빠져 강등 위기로 내몰렸다. ‘변성환 체제’로 승강 PO를 준비했으나, 반전은 없었다. 결국 구단의 성급한 판단과 현장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치명적 비극을 불러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후 부산 아이파크가 챌린지로 강등된 데 이어 명문을 자처해온 K리그의 또 다른 간판 클럽 성남마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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