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윤길현-송승준-노경은(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결국 ‘1군에서 부진한 선수도 회복시켜서 써야한다’는 특수한 상황을 롯데는 견뎌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롯데의 윤길현(34) 활용법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윤길현이 흔들리며 마무리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진의 한 축이 불안하다. 천우신조로 롯데는 박시영(28)이라는 영건 불펜이 나타나 그 틈을 메워주고 있다. 그러나 야구는 요행으로 풀어갈 수 없다. 풀타임 시즌 경험을 갖지 못한 박시영이 힘들어질 때를 대비하는 것은 조 감독과 김원형 투수코치의 임무다. 결국 대안은 윤길현이다. 커리어를 갖춘 투수인 만큼 결국은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보내지 않는 한, 롯데 마운드는 계산이 서지 않는다. 윤길현은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인 전력이 아니다. 손승락과 더불어 롯데 불펜진의 상수다. 당장은 불안해도 기회만 되면 윤길현을 올려서 ‘힐링’시키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김원중(24)~박진형(23)~박세웅(22) 영건 3인이 동시에 잘해주고 있는 선발진임에도 송승준(37)과 노경은(33)을 외면하지 않고, 불펜에서라도 던지게 하는 배경이다. 타선이 잘 터져서 티가 나지 않아 그렇지 롯데 벤치는 영건들의 체력을 안배해주고 있다. 최대한 오래 쓰기 위해 아끼는 것이다. 롯데가 내심 가장 우려했던 외국인선발의 불확실성도 닉 애디튼(30)이 합격점을 받으며 일단은 안도한 상태다. 그러나 언젠간 송승준, 노경은의 선발 등판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다. 모든 것이 끝까지 다 좋을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가 가을야구를 하려면, 타선과 투수력의 밸런스가 필수적이다. 이대호가 축이 되는 타선은 사이클이 있을지언정 집단 침체만 아닌 한,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결국은 마운드에서 버텨주느냐다. 구원군은 없다.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금 이 현실 자체만으로 의미 있다. 그러나 ‘5강 이상’이 아니면, 어디 가서 성공한 시즌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결국 윤길현 송승준 노경은이 필요할 때는 온다. 이들의 현실적 상황을 감안하면, 늘 잘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사치겠지만 정말 팀이 아쉬울 시점이 올 것이다. 그때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 베테랑의 가치일 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