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최다승 좌완’ 장원준을 받친 100번의 패전

입력 2017-06-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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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장원준은 23일 잠실 롯데전에서 개인통산 117승째를 거뒀다. 이는 현역 좌완투수 가운데 최다승 기록이다. KBO리그 7연속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꾸준함 속에서 100패를 떠안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얻었다. 스포츠동아 DB

6월23일은 두산 좌완투수 장원준(32)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됐다. 데뷔 14년 만에 최다승 현역좌완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장원준은 이날 잠실 롯데전에서 7이닝 3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5승(5패)째를 챙기고 개인통산 117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기존 1위였던 삼성 장원삼(116승)을 제치고 현역 좌완 최다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KBO리그 역대 다승순위 15위 등극이라는 감격도 함께 누리게 됐다.

두산 장원준. 스포츠동아DB



● 7시즌 연속 10승이 말해주는 꾸준함

117승의 첫째 원동력은 역시 꾸준함이다. 시속 150㎞에 이르는 직구를 보유하지는 않았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을 곁들인 노련한 피칭으로 14년의 세월을 버텼다. 무엇보다 마운드 위에서의 침착함이 최대 무기. 이는 선발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 2008년부터 빛을 발했다.

롯데 시절이던 2008년 프로 5년차 장원준은 생애 첫 두 자리 승수(12승)를 챙겼다. 이후로는 기복 없는 행보가 계속됐다. 2011년까지 4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렸고, 2012년과 2013년 경찰야구단 복무로 2시즌을 쉰 뒤 다시 10승 행렬을 이어갔다. 2015시즌을 앞두고는 프리에이전트(FA)로 두산에 이적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올해 역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차분하게 승수를 쌓아가는 중이다. 개막 후 2연승 뒤 3연패로 주춤했던 장원준은 최근 2연승으로 5승째를 거두고 시즌 10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만약 장원준이 올해 10승 이상을 거둔다면, 군복무 시즌을 제외한 KBO리그 1군 활약 기준으로 정민철(은퇴)과 함께 역대 2위에 해당하는 8연속시즌(KBO리그 활약 기준)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는 투수가 된다.



● 화려한 기록 속에 숨은 100패

물론 첫 발자국부터 뚜렷하지는 못했다. 2004년 부산고를 갓 졸업한 신인 장원준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3승8패로 신고식을 치뤘다. 이후 2005년 5승6패, 2006년 7승12패, 2007년 8승12패로 4년 내내 승보다 많은 패전을 기록했다. 14년간 쌓인 패전 숫자는 어느덧 100개. 현역좌완 최다승이라는 빛을 만든 그림자 또한 짙었다.

당사자는 자신의 통산패전 숫자에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25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장원준은 “90패 정도로 예상했는데 참 많이 지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100승-100패 클럽에 가입이 끝나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100패를 쌓는 동안 얻은 경험은 더없이 소중해보였다. 장원준은 “처음 프로에 와선 항상 승보다 패가 많았다. 그러면서 얻은 경험으로 10승 투수가 됐고, 점차 자신감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30대 나이를 넘어서며 생각 역시 크게 변했다. 장원준은 “어렸을 땐 1회가 늘 불안해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1회에 점수를 주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1회에 점수를 주는 날 성적이 좋기 때문에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먹으면서 던질 수 있다”고 웃었다.

평소 개인기록에 크나큰 애착을 보이지 않는 장원준이지만, 최근엔 욕심이 가는 기록이 생겼다. 연속 시즌 두 자릿수 승리다. 이 부문 1위인 이강철(10연속시즌·은퇴)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장원준은 “다른 기록보다 연속성이 있는 기록은 욕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이 기록만큼은 꼭 1위로 올라서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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