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동엽-김광현(오른쪽). 사진|SK 와이번스·스포츠동아DB
이러한 이유로 대개 같은 포지션, 즉 투수끼리 혹은 야수끼리 짝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SK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엔 특별한 룸메이트가 있다. 외야수 김동엽(26)과 투수 김광현(28)이 한 방을 쓴다.
둘은 미국 플로리다 1차 캠프 때만 해도 다른 방을 썼다. 오키나와로 넘어올 때 방이 조정되면서 김동엽이 김광현과 쓰겠다고 직접 요청했다. 당초 또 다른 외야수 이진석(21)과 한 방을 쓸 예정이었지만, 이진석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김동엽은 왜 투수인 김광현과 룸메이트를 자처한 걸까. 그는 “난 올해 신인이다. 투수가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특히 나처럼 처음 만나는 타자와 상대할 때 어떤 식으로 던지는지를 알고 하면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타자보다는 투수의 말을 듣고, 역으로 생각해보려 한 것이다. 또한 타석에서 왼손투수들이 주로 어떤 식으로 타자들과 상대해 가는지도 많이 들었다. 김동엽은 “최고 투수 아닌가”라며 많은 걸 배운다고 설명했다.
김동엽은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전체 86번)에 SK에 지명됐다. 하위 라운드 지명이지만, 힘 하나만큼은 ‘장사’라는 평가다. 플로리다 캠프부터 타격훈련 때 타구를 외야로 펑펑 날리며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는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까지 왔다. 타격기술을 쌓으면 SK의 거포로 성장할 재목이라는 판단이다.
‘해외 유턴파’ 선수들은 야구에 대한 갈증이 크다. 동기들은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뒤처진 듯한 느낌이 들어 절박함도 있다. 김동엽이 에이스의 노하우를 통해 SK의 거포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