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의 최종목표는 우승이다. 결과론적 평가방법이 적용되는 스포츠에서 승리는 다른 모든 가치보다 우위에 있다. 그것은 스포츠의 역사가 말해 준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목에 건 한국선수가 기뻐하기 않는 것은 ‘최후의 승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직 금메달만이 승자라고 믿고 있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이 아직 스포츠를 진정으로 즐길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 프로스포츠는 승리에 대한 집착이 더하다. 특히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2009 한국프로야구는 집착을 넘어 ‘전쟁’수준이다. 한편으로 보면 최선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선수 죽이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프로스포츠에서 영원한 승자는 있을 수 없다. 단지 축구같은 경우 비싼 선수들을 사 모으면, 우승은 못해도 항상 상위권에 있을 수 있다. 유럽이나 K리그 명문 팀들의 성적과 연봉총액의 상관관계가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야구는 다르다. 돈과 성적의 상관관계가 축구보다는 훨씬 낮다. 과거 요미우리의 일본시리즈 9연패는 이제 역사속의 이야기이다. 1998, 1999, 2000년 뉴욕 양키스의 3연패를 끝으로 한· 미· 일 어느 리그에서도 3연패는 없다. 물론 올 시즌 SK가 3연패에 도전하지만, 자주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속우승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 올 시즌 유독 부상이 많은 것은 기본적으로 선수 혹사 때문이다. 2005, 2006 연속 우승한 삼성은 권오준과 배영수를 ‘제물’로 바쳤다. 오승환의 시즌아웃도 피로누적의 결과이다. 2007, 2008 연속 우승한 ‘극강 모드’의 SK도 올 시즌은 피로 앞에서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팀들이 불펜을 너무 혹사시키고 있다. 불펜 투수의 혹사는 이닝만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불펜에서의 연습 투구수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혹사했다고 당장 내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후유증이 나타나게 되어있다. 이러한 투수 혹사의 정점에는 감독들이 있다. 겉으로는 팀을 위한 야구, 최선을 다하는 승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기하나 살려는 이기심에서 출발하고 있다.
최근에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만난 야구전문가와 선수, 코치, 스카우트 등은 하나같이 감독들의 ‘선수 죽이기’에 울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신문의 주인공도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다. 언제부터 프로야구의 주인공이 감독이 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선수혹사는 부상으로 귀결되기도 하지만, 투수들의 경우 구위저하로도 연결된다.
팬들은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의 활약을 오랫 동안 보고 싶어 한다. 단명은 선수와 팬 모두에게 불행이다. 오랫동안 프로야구에 기여할 선수들이 너무 많이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승리와 우승이 달콤하기만 할까. 아니다 달콤함 속에 치명적 가시가 숨어 있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