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SK 역사와 함께 한 사진담당(볼레옹 공방 대표) 김보룡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학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SK전담 사진작가 김보룡 씨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SK 선수단을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한 남자가 있다. 17년 째 인천 야구와 함께 해 온 김보룡 씨가 그 주인공. 1993년 태평양 홍보팀 사진 담당으로 입사, 야구 사진을 찍기 시작한 김 씨는 현대를 거쳐 2000년 창단된 SK까지, 지금에 이르렀다.
“인천 토박이죠. 인천에서 태어났고, 여태 인천에서 살았으니. 야구도 인천 연고 팀만 (사진을) 찍었네요.”
본명은 (김)노천이다. 보룡은 집안과 절친한 스님이 지어준 호라고. 95~98년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보룡이란 이름을 썼다.
헌데 문제가 있었다. 프랑스 현지인들이 룡 발음을 내지 못했던 것. 그래서 영문 이름을 볼레옹(Boleon)으로 바꿨다. 본의 아니게 이름만 무려 3개나 갖게 된 셈. 그가 꾸리는 사진 촬영 사업체 명도 ‘볼레옹 공방’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
“98년, 2007년 우승이죠.”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현대 구단 사진을 찍으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느낌은 전혀 달랐다. 98년에는 소외감이 컸다. 반면, 2007년 SK 우승 때는 아픔이 전혀 없었다. 외주 사진작가라는 신분은 같았지만 한 식구라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98년은 주변인이었죠. 현대 식구들이 태평양 때 함께 한 이들이지만… 그러나 2007년은 소속감이 느껴졌죠. 그게 가장 큰 차이였어요.”
당연히 문학 경기 100% 출석, 원정도 수도권은 거의 풀 커버다. 포스트시즌은 당연지사. 볼레옹 공방이 광고와 포스터, 스튜디오 촬영까지 하지만 1순위는 무조건 SK의 몫이다.
“모든 일정을 SK에 맞춰요. 겹칠 일이 없죠. 어려운 점? (김성근) 감독님이 훈련을 일찍 시작하기로 유명하잖아요. 전지훈련을 동행하거나 비 시즌 때는 밤에 마감을 하느라 잠을 통 잘 수 없어요. 이른 새벽부터 선수들이 훈련장에 나가니까요. 아, 자주 바뀌는 유니폼도 어렵죠. 특히, 선수단 프로필 촬영을 할 때 무척 애를 먹죠. 유니폼을 통일하느라.”
여기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 가지. “2대 와이번스 걸 이채영 씨를 저희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 조명 2개가 한꺼번에 나가더라고요. 사진 업계에선 ‘조명이 나가면 대박 터진다’는 통설이 있는데, 이 씨가 관전할 때 SK 승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 하네요.”
잠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