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김승우 "내가 탑과 영화 찍고 우영과 MC할 줄 누가 알았겠나"

입력 2010-05-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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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이리스’에 이어 새 영화 ‘포화속으로’로 꾸준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승우가 “10년 후에 날 만나게 돼도 이대로였으면 좋겠다”며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 김승우, 승승장구 ‘포화속으로’

“내가 제복이 좀 잘 어울리는 편이죠? 하하!”

자리에 앉자마자 호탕한 웃음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청량한 듯, 다소 굵은 듯 그의 목소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6월17일 개봉하는 새 영화 ‘포화속으로’(감독 이재한·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유비유필름) 속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국군 장교로 입었던 군복이 썩 잘 어울린다고 하자, 김승우는 호탕하게 웃었다.

‘포화속으로’는 1950년 8월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되는 낙동강의 치열한 전선 속에서 71명 학도병의 이야기와 그들이 벌이는 처절한 전투를 그리는 영화다. 김승우는 낙동강 사수를 위해 이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가혹한 운명 앞에 놓인 국군 장교 역을 맡았다.

그에게는 아직 낯선 전쟁영화라는 점에서 인터뷰는 영화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 영화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어떤가.

“당초 기획보다 영화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 상투적이지 않게.”


- 전투신이 많으니 그 만큼 부상당할 위험도 컸겠다.

“권상우나 최승현(T.O.P)이 너무 많이 다쳤다. 그들에 비하면 난 다친 것도 아니다. 폭탄이 내 앞에서 크게 터졌는데 하마터면 실명당할 뻔했다. 파편이 얼굴에 튀어 입술에 상처가 났고 퉁퉁 부었다. 응급실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정말 무섭더라. 어차피 약속된 폭발이었는데도 그 공포감은 대단했다. 실제로 전쟁을 겪으신 분들은 얼마나 무서웠겠나.”


- 전작인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도 액션신이 만만치 않았는데.

“그때는 내가 (방아쇠를)당기는 입장이었잖나. 그것도 정해진 타깃으로만. 하지만 포는 여기저기서 터지는 거다. 그 공포를 겪으신 분들은 아마 지금도 잘 못 주무실 것 같다.”


- 그런 위험 속 촬영을 마친 뒤 배우 김승우에게 남겨진 건 뭔가.

“전쟁에 대해 되짚어보게 됐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 간호사 역의 박진희를 빼고는 모두 남자배우들과 함께 한 작업이었다.

“마치 남학생들끼리 MT를 간 듯한 기분이었다. 그것도 신입생들과 함께. 선배로서 이것저것 가르치면서 매일 밤 술을 마시는 기분 있잖나. 새벽에 일어나 촬영을 하면 오후 6시쯤 되는데 그 때부터 술을 마셨다. 연기, 작품, 나중엔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 예전엔 술자리에서 ‘폐부를 찌르는’ 농담으로 후배들을 야단치기도 했다.

“그건 (박)중훈 형에게 배웠다. 내리사랑이라고 하지 않나.(웃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차승원과도 2002년 ‘라이터를 켜라’ 이후 처음인데, 서로 가정을 일궈가면서 유해진 것 같다. 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 감사한 마음이라면.

“운이 좋은 거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면, 혹은 어떤 이미지를 원한다면 그렇게 되어왔다. 천운이다. 너무 고맙다. 스스로 소중한 일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고맙다.”


- 그건 당신의 의지로서도 가능한 일 아닌가.

“어릴 때는 내가 잘 하니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나이에 지금처럼 활동하게 될 줄 몰랐다. 내가 하겠다고 해서 모두 되는 건 아니잖나.”(웃음)


- 어쨌든 요즘처럼 대중에게 친밀감으로 다가간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고 바빠 보이는 것도 오랜만이긴 하다. 작품이 끝나면 몇 달 쉬곤 했는데, 지금은 쉬는 만큼 에너지를 쌓고 바로바로 일하는 면이 있다. 어찌보면 ‘아이리스’의 힘이기도 한데,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소위 박수받으며 MC도 하게 되고. 운이 좋은 거다.”

“제복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에 “좀 어울린다”며 호탕하게 받아넘기던 김승우는 영화 ‘포화속으로’(왼쪽) 등 연기 활동 외에도 토크버라이어티 ‘승승장구’ 진행자로도 활약 중인 ‘만능맨’이다. 스포츠동아DB




- 말이 나온 김에 KBS 2TV ‘승승장구’ 진행하는 소감은 어떤가.

“배려와 무시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게 힘들고 또 중요하다. 게스트 가운데 친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배려해야 하고, 친한 사람에 대해서도 또 배려해야 한다. 다만, 무례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도 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훗날 내 필모그래피에 ‘승승장구’도 오르게 하고 싶다.”


- 일 말고 요즘 최대 관심사는 뭔가.

“월드컵이지. 지구촌 가장 큰 이벤트 아닌가. 그 다음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 이름 외우는 거다. 다음 주 원더걸스가 출연하는데 요즘 멤버들의 사진과 이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 내가 1987년생 최승현과 함께 연기하고, 1989년생인 우영, 태연과 토크쇼를 하게 될 줄 알았나. 약간의 신선한 충격이기도 하다.”


- 지금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큰 욕심 없다. 꼭 10년 뒤 날 만나게 돼도 그냥 이대로였으면 좋겠다. 바둥거리지 않으면서 이 일을 즐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해야 할까. 안성기, 박중훈 선배가 고맙다. 남자배우들 수명을 길게 해주고 자신의 존재감을 지키면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선배들이니 든든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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