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케이시 켈리(뒤)가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9이닝 1안타 무4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9회초 안타 1개로 퍼펙트게임이 깨졌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35)는 2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이닝 1안타 무4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9회초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퍼펙트게임이 깨졌다. 켈리는 진한 아쉬움 속에서도 남은 아웃카운트 3개를 잡고 KBO리그 개인 2번째 완봉승을 챙겼다. 하루 뒤 다양한 뒷이야기가 전해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26일 삼성전에 앞서 “어제 경기 6회부터 나도 루틴을 지켰다. 최대한 자리를 지키려 했다. 코치, 선수, 스태프까지 모두가 계속 루틴을 지키며 켈리의 퍼펙트가 깨지지 않길 바랐다”고 털어놓았다. 염 감독에 따르면, LG 매니저는 덕아웃에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경기 초반 덕아웃에 없었던 만큼 변화를 주지 않으려 한 것이다. 염 감독은 “9회초가 시작할 때는 덕아웃이 매우 조용했다. 모두가 조심하며 켈리가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쓰길 바랐다. 9회초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는 순간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졌다”고 덧붙였다.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던 투수가 안타를 맞은 뒤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LG도 대비는 했다. 첫 안타 이후 마무리투수 유영찬이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사실 한 타자가 더 출루했다면 투수 교체를 했을 것이다. 완봉승을 지켜주다가 투구수가 많이 늘어나 켈리가 무리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후 병살타가 나왔고, 켈리가 무리 없이 완봉승을 장식해냈다”고 밝혔다.
켈리는 이날 경기의 기념구를 놓지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유니폼 뒷주머니에 넣어놓았다. 그는 이날 경기를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이어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2번째 장면으로 꼽았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박수를 보냈다. “윤정빈의 안타가 너무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 박 감독은 “지난주 대구(13일)에서 만난 켈리와 어제 켈리는 완전히 달랐다. 구속보다 제구가 너무 좋았다. 경기 도중 모니터를 봤는데 몰리는 공이 거의 없었더라. 인정해줘야 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4점차라 한 번의 찬스에서 충분히 따라붙을 만하다고는 생각했다. 그래서 끝까지 주전들을 교체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가 다 그렇더라”며 시즌 첫 6연승을 놓친 것을 아쉬워했다.
잠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