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1999년 SBS 연기대상 품고…심은하, 안방극장서 사라지다

입력 2010-12-3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당신! 부셔버릴거야!”

드라마와 영화 속의 명대사는 작품이 끝난 뒤에도 유행어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곤 한다. 1990년대 말, SBS 드라마 ‘청춘의 덫’이 남긴 이 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은하(사진)와 이종원, 전광렬 등이 주연한 이 드라마는 1978년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김수현 작가가 극본을 쓴 ‘청춘의 덫’은 이효춘과 이정길, 박근형이 주연한 1978년 작품과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며 시청자의 시선을 모았다.

‘청춘의 덫’은 배우 심은하의 마지막 드라마 출연작이다. 1999년 오늘, 심은하는 ‘청춘의 덫’으로 SBS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SBS 연기대상 수상을 새삼 떠오르게 하는 것은 두 가지 배경에서다.

우선 1999년이 새로운 한 세기를 준비하던 때였다는 점에서 심은하의 수상은 앞서간 세기의 마지막 연기대상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또 심은하는 드라마로는 ‘청춘의 덫’, 영화로는 이듬해 출연한 ‘인터뷰’를 끝으로 관객과 팬 곁을 떠나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니 1999년 연기대상 수상은 심은하 본인과 많은 팬들에게 깊이 아로새겨진 추억이 아닐까.

심은하는 2000년 ‘인터뷰’ 출연을 끝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1993년 MBC 22기 공채 탤런트로 입문해 그 이듬해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다슬이 역에서 청초한 매력으로 인기를 얻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미술관 옆 동물원’ ‘텔 미 썸딩’ 등으로 당대 최고의 스크린 여배우의 위상을 차지했다. ‘청춘의 덫’은 심은하의 진면목을 시청자에게 새롭게 각인시킨 드라마로 남았다. 연인 이종원의 처절한 배신에 분노를 삭히며 내뱉은 대사 “당신! 부셔버릴거야!”로 상징되는 ‘청춘의 덫’ 속 모습은 아마 그녀가 연기한 많은 캐릭터 속에서 가장 빛나는 것이기도 했다.

팬들에게 남긴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던 덕분에 심은하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복귀설’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실제로 일부 드라마와 영화 제작진이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지만 그는 아직도 카메라 앞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는 그 만큼 심은하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심은하는 2005년 지상욱 자유선진당 대변인과 결혼했다. 그리고 두 딸의 엄마가 됐다. 신실한 신앙 생활을 하며 정치인 남편을 내조하고 두 아이의 다정한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는 심은하. 미술 작가로서도 이름을 얻은 심은하가 새롭게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는 날은 언제일까. 2011년을 맞는 즈음, 그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