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배우 정보석, 조재현.
● 정보석
언젠가 지방공연 때의 일이다. 연극 ‘아트’에 출연 중이었다. 세 명의 친구가 하나의 예술품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 막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관객석에서 할머니 한 분이 벌떡 일어나시더니 소리소리를 치시는 것이었다.
“싸우지 마! 집에서도 항상 싸워서 정신 사나워죽겠는데, 여기서도 싸워?!!”
할머니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아이가 놀라서 울고 불며 엄마를 찾고, 한 마디로 난리가 났다. 그렇다고 거기 말려서 공연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 어떻게든 이겨내는 집중력이 필요한데 공연 내내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이 얘기는 배우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 조재현
난 소극장 공연을 자주 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관객석에서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꽤 예민하다. 사실 공연이란 게 아무리 웃긴 작품이라고 해도 후반에 들어가면 진지해진다. 문제는 후반에 휴대폰이 많이 울린다는 것이다. 그토록 직원들이 단속을 하고, 하다못해 나도 공연 전에 신신당부를 했는데 결국 중요한 대사 장면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아니, 전화벨이 울린 수준이 아니라 너무 심할 정도로 통화까지 하시더라. 아주머니 관객이었다. 하도 화가 나서, 공연이 끝나자마자 직원을 시켜 그 분을 내게 데려오라고 했다. 직접 만나서 좀 심하게 얘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딱 오셨는데 우리 어머니가 잘 아는 언니분이시더라. 사고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얼마나 민망하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