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데뷔 첫 홈런은 ‘김현수 효과’?

입력 2011-04-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덕아웃에서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는 김현수. 스포츠동아DB.

덕아웃에서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는 김현수. 스포츠동아DB. 

김현수 선발제외가 몰고온 변화
왼쪽 허벅지 부상…넥센전 벤치신세
중심타자 공백에 선수들 똘똘 뭉쳐
‘3번 카드’ 오재원은 5년만에 솔로포
“경기야 내용에 따라서 질 수도 있지. 감독이 제일 화가 나는 때는 경기도 지고, 선수도 다쳤을 때야.” 두산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3일 잠실 LG 전이 그랬다. 김현수(두산)는 6회말 유격수 앞 내야안타 때 1루수 서동욱(LG)과 부딪혀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김 감독은 “1루수를 많이 본 친구가 아니잖아. 점프해서 포구할 때 다리를 뒤로 제치면 수비 입장에서도 부상 위험이 높거든…”이라며 동업자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결국 김현수는 5일 목동 넥센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중심타자의 결장은 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오재원 카드 데뷔 5년 만에 홈런 한 방까지

우선 감독이 라인업을 짤 때부터 고민이었다. 김현수의 자리이던 3번에는 결국 오재원이 기용됐다. 김 감독은 “발 빠른 선수들을 포진시켰다”고 했다. 어차피 중량감으로 승부할 수없을 바에야 기동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계산이었다. “점수 차가 많이 나지 않을 것이다. 잘라서 가겠다”며 이틀 간 휴식을 취한 필승불펜조를 가동시킬 복안도 내놓았다.

이어 김 감독은 “중심타자가 빠지면 나머지 선수들이 더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기게 마련이다. 혹시 아나? 오재원이 홈런이라도 한 방 쳐줄지…”라며 웃었다. 취재진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데뷔 5년 차인 오재원이 4일까지 통산 396경기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스프링캠프에서 정수빈의 방망이를 빌려 홈런을 친 것이 큰 화제를 모았을 정도. 하지만 오재원은 3회말 솔로홈런으로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두산 타선, ‘김현수 효과’ 없다면?

동료인 이성열은 김현수의 결장이 단순히 ‘3번 타순 공백’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역설했다. 상대 투수들 입장에서는 김현수와 맞붙은 다음에는 진이 빠지기 마련이다. 이는 곧 후속타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온다. “설사 김현수의 타격페이스가 흐트러져있을 때조차도 나 같은 타자가 못 치는 것과는 다르다. 투수 입장에서는 언제든 한 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긴장한다”는 것이 이성열의 설명이다. 또 동료 타자들 입장에서는 “기댈 곳이 사라진다”는 측면도 있다. ‘설사 내가 실패하더라도 해 줄 수 있는 타자가 있다’는 위안이 없다면, 타석에서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두산 관계자는 “부상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대타 정도로는 출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인 만큼 보호차원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김현수가 가진 유·무형의 존재감이 확인된 경기였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 @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