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만 벌써 스무편, 연극·뮤지컬 무대도…임하룡 “나는 배우다”

입력 2011-04-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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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보다는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더 익숙한 임하룡. 그는 영화 ‘나는 아빠다’에서 순박한 형사 역으로 관객들 앞에 섰다.

개그맨보다는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더 익숙한 임하룡. 그는 영화 ‘나는 아빠다’에서 순박한 형사 역으로 관객들 앞에 섰다.

■ 영화 ‘나는 아빠다’로 돌아온 임하룡
할리우드 중년 배우
묵직한 카리스마 동경

내 인생 악역은 단 한번
소시민적 이미지 강해
센 역은 인연 없어

코미디 미련없냐고?
좋은 쇼 있다면 출연OK


코미디에서도, 영화에서도 남이 부러워할 만한 일가를 이룬 듯 보였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14일 개봉한 영화 ‘나는 아빠다’(감독 전만배·이세영)로 돌아온 임하룡(60)을 만났다. 어느새 영화 출연작 수가 스무 편에 다다랐고, 연극과 뮤지컬까지 넘나드는 등 연기에 관한한 다양한 장르를 누비는 배우. 코미디언보다 연기자란 말이 더 친숙해졌지만 그래도 그는 “주위의 평가가 어떻든 나는 아직도 멀었다”고 했다.

솟구치는 도전정신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하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아임 스틸 헝그리(나는 아직도 배고프다)”는 지금의 임하룡에게 가장 적합한 듯 보였다.

● 순박하지만 집요한 형사 역으로 연기 변신

‘나는 아빠다’에서 임하룡은 젊은 시절 미궁의 사건을 해결한 무용담을 가진 김 형사다. 잔정이 많고 순박한 성격이지만 집요한 추리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는 인물. 서민적인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임하룡은 그간 쌓은 이미지는 그대로 이으면서도 집요한 성격을 보태 새로운 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사람이에요. 영화에는 극단적인 상황에 빠진 두 명의 아빠(김승우·손병호)가 나오는데, 제 생각엔 김 형사가 가장 현실적인 아빠가 아닐까 해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절대 퇴직할 수 없는 아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잖아요.”

임하룡은 MBC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에 출연하던 지난해 초 시나리오를 받았다. 김 형사 역을 제의받았지만 그는 잔인한 악역들에 먼저 눈길이 갔다고 했다. “98년 ‘얼굴’에서 처음 악역을 했는데 그 후론 인연이 없었어요. ‘인사동 스캔들’에서 사기꾼으로 나왔는데 그 정도가 제가 한 최고 악역이에요. 소시민적인 이미지가 강해 하고 싶은 역할을 마음껏 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죠.”

임하룡은 모건 프리먼, 잭 니콜슨 같은 할리우드 중년 배우들이 보여주는 묵직한 카리스마를 동경한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존재를 강렬하게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이 꿈이다.

“요즘 정보석 씨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들어요. 악랄한 역도 했다가 이번엔 지능이 낮은 캐릭터를 하던데. 와, 놀랍죠. 코미디언 때는 제가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하고 싶은 역할을 마음껏 만들었는데 이젠 선택받는 처지가 되다 보니…. 하하.”


● 흥행부터 남우조연상까지…그래도 연기 갈망은 계속

임하룡이 영화를 택한 건 90년대 말이다. 이후 그는 ‘범죄의 재구성’, ‘맨발의 기봉이’,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의 작품으로 관객에게 친숙한 배우로 다가왔다. 800만 관객을 모은 ‘웰컴 투 동막골’로는 남우조연상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연기를 향한 갈망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해볼 수 있는 역할, 하고 싶은 작품은 웬만하면 하자는 주의에요. 한창때에 비하면 일을 덜 하는 거예요. 사십 대 후반까지 아침 열 시에 집을 나가면 새벽 두세 시에 들어왔어요. 일 중독이었어요.”

가족들로부터 원망도 받았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던 임하룡은 “세상에 모든 게 충족되는 인생은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나는 아빠다’ 개봉에 맞춰 임하룡은 무대 인사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예정된 일정을 마무리하면 차근차근 다음 출연 영화를 살펴볼 생각이다. 코미디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세운 건 없지만 “코미디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는다면 굳이 거절할 생각은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런 마음은 KBS 1TV 음악쇼 ‘7080’ 무대에 오른 뒤에 생겼다. “오랜만에 쇼에 오르니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좋은 쇼가 있다면 언제든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요즘 세시봉도 다시 주목받는데 한 분야에서 인정받았던 분들이 재조명을 받는 건 반가운 일이죠.”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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