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야구인들의 ‘어린이에 얽힌 추억’

입력 2011-05-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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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 “난, 김사인볼트!”
아들 운동회때 800m 질주…체면 지켜
‘어린이’ 김선빈 “무등산 메시가 좋은데”
김경문 “초등생때 김응룡 보고 감격해”
5월5일을 맞아 4개 구장이 만원을 이뤘다. 경기장에는 부모의 손을 잡은 고사리 손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덕아웃에서도 단연 화제는 어린이날. 선수와 감독들은 ‘어린이에 얽힌 추억담’을 꺼냈다.


○김선빈·윤석민 어린이 ‘이제 어린이 아닌데…’

5일 목동 넥센전. KIA 덕아웃에는 두 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바로 김선빈·윤석민 어린이다. 이들의 ‘어린이’칭호는 앳된 외모 때문에 팬들이 붙여준 별명. KIA 조범현 감독조차도 “선빈이가 그간 피로누적으로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오늘은 잘 해주겠지. 어린이 날이니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피곤한 어린이는 부르튼 입술을 꽉 물었다. 그리고 3회초 깨끗한 우전안타를 신고했다. 8회말 수비 때는 넥센 강정호의 안타성 타구까지 건져 올렸다. 김선빈은 “팬들이 지어주신 별명이니 감사한데, 그래도 ‘무등산 메시’가 더 좋다”며 미소를 보였다. 4일 8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된 윤석민도 싱글벙글. 그는 “요즘 거울을 보면, ‘내가 봐도 이제 어린이가 아닌데…’라는 생각인 든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시진 감독, ‘아버지 노릇, 얼마나 힘든데…’

넥센 김시진 감독은 롯데에서 뛰던 현역시절 아들의 유치원 운동회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난데없이 아버지들보고 800m를 뛰라는 거예요. 다들 내가 야구선수인 것을 알고 있는데 말이죠.” 마침 ‘준족의 아버지’까지 나타나 김 감독을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헉헉.’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단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한 실력은 레이스 막바지에 발휘됐다. 결국 7∼8m 차의 아슬아슬한 승리. 아들은 ‘아빠 최고’라며 웃었지만, 아버지의 내상은 심했다. 입에서는 석유냄새가 날 정도였다. 그 길로 기진맥진해 돗자리에 드러누운 뒤, 집으로 향했다. 김 감독은 “아버지 노릇하기도 쉬운 게 아니다”라며 웃었다.


○김경문 감독, ‘어린이들은 프로야구의 미래’

잠실 LG전을 앞둔 두산 김경문 감독은 덕아웃을 찾은 어린이 팬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자상하게 사인을 해주자 어린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린이들이 프로야구의 미래’라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인천에서 살 때(초등학교 4학년까지)다. 야구장에서 직접 김응룡(전 삼성사장) 감독이 타석에 서있던 모습을 본 게 아직도 생생하다. 어릴 때 그런 기억이 남아있으면 야구를 좋아하게 된다. 혹 야구에 종사하지 않아도 야구장을 찾기 마련”이라고 했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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