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김시진감독님, 롯데한테 져주이소”

입력 2011-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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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만난 롯데팬의 하소연
계속 지면 책임(?)도 진다고 해요

이동현, 임찬규 첫승 공 갖고 협상
정작 본인은 받을 생각을 안해요

A구단 “KBO 총재 B구단이 제안해”
열받은 B구단 집 한 채 내기 한대요
올해 프로야구는 LG의 신바람으로 한껏 달아오르고 있어요. 숨어있던 LG팬들이 야구장으로 쏟아져요.

하지만 4월 한 달 속상했던 롯데팬들도 요즘 살 맛 나요. 꼴찌 한화도 시즌 중 경영진 교체라는 홍역 속에 나름 선전하기 시작했어요. 서서히 뜨거워지는 계절처럼 프로야구 팀 순위도 달아올라요.


○김시진 감독에게 읍소한 롯데팬

롯데팬들의 야구열정은 아무도 못 말려요. 오죽하면 4월 롯데가 부진할 때 양승호 감독은 택시 타기도 두려웠대요. “방미(방망이) 좀 단디 하소(단단히 하라)”라는 훈계(?)까지 들었다나 봐요. 하지만 그 말 속에는 롯데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어요. 다른 팀 감독에게는 아예 “좀 져달라”고 간절한 하소연도 하니까요.

넥센 김시진 감독은 10일 사직 롯데전을 마친 뒤 숙소 근처에서 식사를 했어요. 3-4로 아깝게 졌으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겠지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옆 테이블 부산팬들이 김 감독을 알아봤어요. 이미 식사할 때부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힐끔힐끔 김 감독을 바라보더라고요. 팬이 던진 한마디가 압권이에요. “감독님, 내일도 좀 져주이소. 다른 팀한테는 이겨도 되니까.” 그래도 김 감독이 롯데에서 선수시절의 마지막을 보내서인지 약간의 애정은 남아 있었나 봐요. 김 감독은 웃으며, 의연하게 맞받아쳤어요. “계속 지면 책임질랍니까?” 그 팬은 알 듯 모를 듯한 한마디로 쐐기를 박아요. “예. 책임지지요.” 과연 그 팬은 무슨 생각을 한 것이었을까요.


○이동현과 임찬규의 팽팽한 신경전

LG 신인 임찬규는 6일 대구 삼성전에 2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꿈에 그리던 프로 첫 승을 신고했어요. 그런데 그날 경기 마지막 투수는 이동현. 9회말 마지막 타자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포수 조인성에게 공을 받았어요. 바로 임찬규의 첫 승이 확정된 공이었죠. 이동현에게는 의미가 없는 공이었지만 임찬규에게는 평생 가보로 간직할 만한 공. 그래서 이동현은 막내를 놀려주려고 그날 밤 협상(?)을 시도했어요. 하지만 임찬규는 그 뜻만 전달받은 뒤 지금까지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대요. 이동현은 ‘언젠가는 협상하러 오겠지’라고 버티고, 임찬규는 ‘언젠가는 주시겠지’라는 태도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에요.

이동현에게 물어보니 “도대체 협상을 하러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웃더라고요. 반면 임찬규는 “어떤 협상 카드를 내밀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있다”며 머리를 긁적거렸어요. 옆에서 보면 팽팽한 신경전과 눈치싸움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 보면 둘 다 천하태평.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속담이 있어요. 과연 누가 두 손을 들고 말지 궁금해요.


○류중일 감독의 ‘스승의 날’

초보 사령탑 류중일 감독에게는 낯선 일이 많아요. 감독 되고나니 무엇보다 대접이 달라져요. “선수 은퇴하고 코치 되니 연봉이 팍 줄더라. 그래서 아내가 피아노 학원 차렸지. 그런데 감독으로 승진하니 연봉이 두 배다”라며 평소 성격대로 거침없이 감독 신분 자랑해요. 모든 게 처음인 류 감독이지만 15일은 살짝 속상했어요. 경기 전부터 ‘스승의 날’이라고 무슨 선물 받았느냐는 질문 이어져요. 하지만 감독에게 스승의 날 최고 선물은 승리예요. 감독 되고 처음 맞은 스승의 날 류 감독은 빈손이었어요.

그런 류 감독이 스승의 날 하루 지나 고교 시절 은사를 찾았대요. 경북고 시절 ‘까까머리 류중일’을 최고의 유격수로 만들어준 구수갑 전 대구야구협회장이에요. 15일에는 경기 하느라 모시지 못했던 옛 스승을 잊지 않고 16일 저녁식사에 초대한 거예요. 류 감독은 “모든 게 다 구 감독님 덕택이다. 평소 전화만 드리고 직접 모시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다시 한번 스승의 높은 은혜 우러러요.


○안승민과 정민철 코치의 ‘산책의 비밀’

시즌 초반 여러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에는 2년차 투수 안승민의 성장이 단비처럼 기쁜 소식이에요. 15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6.2이닝 4안타 1볼넷 2실점 호투로 주말 위닝 시리즈를 이끌었거든요. 그런데 2선발로 자리매김한 안승민이 요즘 등판하는 날 경기 전에 꼭 하는 일이 있어요. 정민철 투수코치와 외야에 나가 10분 정도 산책을 하는 거예요. 이 때문에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죠.

하지만 정작 안승민은 “별 얘기 안 한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얘기를 나눈다”며 쑥스러워 하더군요. 다만 15일 경기 전에는 정 코치가 일본에서의 힘들었던 경험담을 얘기해주며 위기를 극복하는 마인드 컨트롤 비법을 알려줬대요. 안승민은 안 그래도 정 코치의 현역 시절과 비슷한 투구폼 때문에 ‘수제자’로 통하는데요. 때마침 스승의 날을 맞아 시즌 최고의 호투를 보여줬으니 스승과 제자의 마음이 모두 흐뭇했을 듯해요.


○임시주장 서재응

KIA 주장 김상훈은 어깨 부상으로 재활 중이에요. 약 3주간 대신 서재응이 임시주장을 맡았어요. ‘응원단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벤치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서재응, 선수단 단합을 이끌고 코칭스태프와 소통까지 책임지며 매일 분주해요. 12일 광주 두산전을 앞두고 양현종, 로페즈는 주말 롯데전 선발등판을 앞두고 있어 먼저 부산으로 출발했어요. 비행기나 KTX를 이용해 다음 원정지로 먼저 출발하는 선발투수들의 특권이에요.

그러나 14일 선발로 예정됐던 서재응은 덕아웃에 남았어요. 끝까지 목이 터져라 동료들을 응원하고 함께 버스로 부산으로 갔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임시주장으로 선수단과 함께 하겠다며 선발투수의 혜택을 스스로 반납했어요. 팀을 위해 군소리 없이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던 서재응의 살신성인은 연이어 계속되고 있어요. KIA가 도미노 부상을 극복하고 상위권 도약에 성공한다면 분명 서재응이 숨은 일등공신이에요.


○집 한 채, 내기 합시다!

모 구단주로부터 첫 제안을 받았다고 밝힌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KBO 총재 자리에 뜻이 있음을 대놓고 밝히면서 야구계에 ‘정치권 낙하산’ 설이 퍼져 나오고 있어요. 재미난 것은 신 전 차관에게 첫 제안을 한 구단이 어디냐는 것인데, 알만한 사람은 이미 A구단이라는 걸 다 알아요. 그런데 뒤가 구린지, 뭘 잘못했다고 느끼는지 A구단은 “우리가 아닌 B구단”이라고 떠들고 다닌대요. 그래서 요즘은 B구단이 그 주인공인 줄 아는 사람도 제법 된다나 봐요.

A구단이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는 걸 익히 들어 알고 있는 B구단 고위 관계자는 그래요. “우리 구단주께서 그러실 분이 절대 아니다”면서 “A구단 하는 일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히려 역정을 낼 정도예요. 그러면서 “내 말이 틀린지 맞는지, 집 한 채 내기 합시다”해요. A구단에 열 많이 받았나 봐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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