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상’을 구입하면 그 새것 같은 느낌을 오래 유지하려고 애쓴다. 휴대폰을 사면 제일 먼저 휴대폰 보호 케이스부터 찾아 나서고, 태블릿 PC를 사면 화면보호필름부터 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금 심한 사람들은 제품에 붙어있는 비닐 시트조차 몇 달째 떼지 않고 애지중지하기도 한다. 분명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거금을 주고 산 본인 소유 물건일 테니 이해할 만도 하다.
남의 물건을 빌린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 물건이 소중한 만큼 남의 물건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조심 다루게 된다. 만일 행여 물건에 상처가 나면 주인 볼 면목이 없다. 또 험하게 다루다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고스란히 물어주어야 한다. 이처럼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주인이 있는 물건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반면 본의 아니게 험하게 다루게 되는 물건도 있다. 내 것이되 내 것이 아닌 물건들이다. 가령 일정 시간 임대해서 쓰는 물건이 이에 해당한다. 임대 PC를 사용하는 PC방 점주들이나 렌터카를 임대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임대료를 내고 쓰는 동안은 내 것이지만, 돌려주는 순간부터는 나와 연관이 없는 물건이 된다. 가벼운 생채기 정도는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니, 굳이 애지중지하며 사용할 이유가 없다.
내 것이되 내 것이 아닌 물건이 또 있다. 바로 ‘회사 자산’이다. 회사에서 편의를 위해 제공해주는 업무용 노트북이 대표적일 것이다. 퇴사 하지 않는 이상 내 것과 다름 없이 쓸 수 있는 물건이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간단한 서류 작성을 통해 새 제품을 받으면 되니, 어지간히 꼼꼼한 사람이 아닌 이상 험하게 사용하는 일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손해는 회사가 부담하면 되니까 말이다.
이 때문에 업무용 노트북은 무엇보다 견고해야 한다. 보호필름 따위 없어도 생채기가 나지 않아야 하고, 가벼운 충격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물론 업무 효율을 위해서는 성능도 좋아야 하지만,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성능 보다는 견고함에 힘을 준 게 더 좋은 업무용 노트북이다. 하물며 디자인 따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도 한참 밀려난다.
이런 점에서 HP의 13.3인치형 업무용 노트북인 프로북(probook) 5330m은 업무용 노트북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닥면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져 충격과 생채기에 강하다. 견고함뿐 아니라 보안성, 생산성, 편의성을 두루 갖췄다. 여기에 차세대 저장 드라이브인 SSD(Solid State Drive, 128GB)를 탑재하고도 가격은 130만원대로 낮춘 점도 매력적이다. 프로세서는 인텔 2세대 코어 i3/i5, 운영체제는 윈도우7 홈프리미엄 64비트, 메모리는 4GB, 배터리는 4셀 기본 배터리다.
아쉽게도 리뷰로 살펴 볼 제품은 SSD가 탑재되지 않은 보급형 모델이다. 따라서 SSD의 우수한 성능을 체감할 수는 없었지만, 그 밖의 다른 요소들은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HP가 주력하고 있는 업무용 노트북 중 하나인 프로북 5330m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솔직히 예쁘지는 않다
프로북 5330m의 외형은 튼튼함을 강조한 자사 엘리트북 시리즈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크기가 좀 작고 두께가 좀 얇다 뿐이지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치 중국집 철가방(보다는 고급스럽지만)과 같은 우직한 느낌이 첫인상이다. 모서리는 각이 져 있고, 은색 알루미늄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애플의 ‘맥X 에어’와 같은 유려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 본 리뷰어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품을 접한 전 세계 많은 이들 역시 디자인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곤 했다.
물론 HP측에서는 ‘감각적인 디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리뷰어 또한 이 단단해 보이는 디자인이 썩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미(美)라는 것이 원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에, 이러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비비드 컬러에 ‘잇 아이템’으로 무장한 베스트 드레서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수수하고 깔끔한 와이셔츠 아래로 보이는 일반 남성의 팔뚝 힘줄에 열광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13.3인치급 노트북답게 작고 얇아 휴대하기에는 편리하다. 다만 금속 소재를 많이 사용한 탓인지 1.81kg의 무게는 동급의 노트북에 비해 조금 무겁긴 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수치상의 차이일 뿐, 실제로 들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강하다, 하지만 거칠게 다루진 마세요
프로북 5330m에는 HP의 코팅 기술인 ‘듀라피니시(Dura Finish)’가 적용됐다. 따라서 얼룩, 충격, 흠집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여타의 소비자용 노트북처럼 애지중지하며 유난을 떨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손톱으로 긁는 정도로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으며, (튀김을 집어먹은 손으로 만지지 않는 이상) 지문도 묻지 않아 오래도록 새것 같은 모습을 유지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험하게 쓸 필요까지는 없다. 프로북 5330m은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업무 상황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사고에 강하다는 이야기지, 전쟁과 같은 극한적인 상황에서 총알을 막을 정도는 아니다. 사실 프로북의 상위 라인업인 엘리트북 시리즈는 우주항공기 제작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듀라케이스(Dura case)’ 덕분에 떨어트려도 문제 없을 정도로 튼튼함을 자랑하지만, 프로북은 그정도로 강하지는 않다. 만일 방바닥에 집어 던져 벌레를 잡는다거나, 뜨거운 전골냄비의 받침대로 활용할 생각이라면 프로북 대신 더 튼튼한 노트북을 구하는 게 좋겠다. 프로북의 견고함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노트북 사용 환경에서만 논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암호, 지문, 얼굴 중 으뜸은 암호라네
업무용 노트북이라면 견고함 이외에도 보안성을 중요시하기 마련이다. 프로북 5330m 역시 암호인식, 지문인식, 안면인식 등 다양한 보안 기술을 탑재했다. 이 보안 기술들은 화면 우측 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HP 프로텍트툴(ProtectTools)’이라는 솔루션을 통해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다.
사실 암호인식 기술은 웬만한 노트북이라면 다 갖고 있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용도 간편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기적으로 암호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사용자도 암호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으며, 암호가 외부에 노출되면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지문인식이나 안면인식과 같은 생체인식이다.
지문인식은 비교적 인식율이 높고 사용법도 간편한 보안 기술로 알려져 있다. 프로북 5330m에서 지문인식 기능을 이용하려면 팜레스트 하단의 센서에 손가락을 문지르기만 하면 된다. 특히 자주 가는 웹사이트를 등록하면 일일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지 않아도 손가락만 몇 번 문질러 로그인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니 세간에 알려진 만큼 인식율이 높지는 않았다. 쉽게 말해 될 때는 바로 되는데, 안될 때는 지문이 닳아 없어지도록 문질러도 인식하지 못한다. 주인의 지문이 아니면 접근이 차단되니 보안성이 높은 것은 확실하지만, 종종 주인의 지문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때가 있으니 사용자가에 적지 않은 불편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안면인식은 더 심하다. 일단 안면을 등록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 프로북 5330m의 안면인식 기능은 정면을 포함해 총 7가지 각도에서 사진을 촬영한 후 이를 합쳐 공통점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얼굴인식 분야에서 두루 사용하는 PCA(주성분분석) 기법을 응용한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직접 등록하려고 했더니 조명이 너무 어둡다, 얼굴을 카메라에 더 가까이 대라 등 요구사항(?)이 끝이 없다. 겨우 힘들게 촬영을 마치고 나니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진이 많아 등록에 실패했단다. 미안하다, 품질 낮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몇 번 촬영을 반복한 결과 안면 등록에 성공했다. 하지만 실제로 안면인식 기능으로 데이터에 접근해보려고 하니 또다시 조명 타령과 카메라 타령의 반복이다. 이번엔 등록된 얼굴과 다른 얼굴이란다. 다른 노트북에 탑재된 안면인식 기능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정확도가 현저하게 낮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암호인식 기술이 가장 믿을 만 하다. 암호만으로 부족하다 싶은 사람은(인식율이 다소 떨어진다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 있다면) 지문인식 기술까지는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안면인식 기술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업무용 노트북의 꽃, 퀵 웹
프로북 5330m에는 ‘인스턴트 온’이라는 ‘퀵 웹’ 기능이 탑재됐다. 퀵 웹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윈도우 운영체제 등으로 부팅하지 않아도 빠른 시간 내에 인터넷에 접속해 특정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노트북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급하게 이메일을 확인해야 할 때나 SNS를 주고받을 일이 있을 때, 퀵 웹 버튼을 누르면 10초 안에 업무를 볼 수 있다.
퀵 웹의 메인 화면에는 날씨, 시계, 메모, 주식, 계산기 등 사용자가 자주 쓰는 위젯을 배치할 수 있다. 아마 한국인이라면 트위터와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날씨나 시계는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것이 빠르고, BBC 국제뉴스나 미국 주식 시장을 실시간으로 챙겨 봐야 하는 직장인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위터와 인터넷을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퀵 웹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전화로 업무를 처리 중일 때 유용하다.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폰이라고 할지라도, 귀에 갖다 댄 상태에서는 일반 휴대폰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럴 때는 스마트폰으로는 통화를 하고, 프로북 5330m으로는 퀵 웹을 구동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음악은 OK, 게임은 NO
프로북 5330m에는 세계적인 음향기기 솔루션 업체 몬스터(Monster)사의 비츠(Beats)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됐다. 이는 노이즈를 제거해 깨끗한 음질을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HP의 소비자용 고급 노트북인 엔비(ENVY) 시리즈를 시작으로 파빌리온과 프로북에 확산 적용 중이다.
사실 업무용 노트북에 고급 음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할 때 더 업무 효율이 높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애초에 음향 쪽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노트북 구입시 음질이 꽤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러라고 회사에서 사 준 노트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무용 노트북으로는 업무를 보는 것이 맞다.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더 큰 화면의 소비자용 노트북을 자비로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프로북 5330m은 작고 가볍기 때문에 이동할 일이 많은 직장인에게 적합한 노트북이다. 또 안정성과 보안성을 갖춘 업무용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회사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제품이다. 반면 회사 노트북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월급도둑’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흠집이 생기더라도, 도색이 벗겨지더라도 열심히 발로 뛰는 직장인들에게 추천할 제품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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