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핫! 소쿨! 춤이 멋진 ‘코요테어글리’

입력 2011-08-03 1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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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어글리

어쩐 일인지 ‘코요테어글리(뮤지컬입니다!)’를 두 번이나 보게 됐다. “그렇게 좋은 작품인가”라고 묻는다면 적어도 “그런 것 같다” 정도는 즉답을 할 수 있을 듯.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사람이라면 좀 더 섬세하게 즐길 수 있겠다. 코요테걸들의 춤과 노래는 영화 속 장면을 무대로 고스란히 옮겨 놓은 느낌이다. 힘이 넘치고, 신명난다. 무엇보다 섹시하다.

남자 주인공 ‘앤디’ 역은 1차 이현, 2차 김수용을 보았지만 여주인공은 두 번 모두 공교롭게도 유하나였다. 그러고 보니 유하나와 김수용은 지난해 로맨틱 뮤지컬 ‘웨잇포유’ 때도 연인으로 만난 일이 있다.

호들갑스러우면서도 순진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에이프릴’ 역에 유하나는 살 뺀 후 입는 청바지처럼 짝 들어붙는다. 노래 잘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 보니 춤 실력도 상당하다.

오프닝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군무에서 보여 준 유하나의 몸놀림은 꽤 놀라웠다. 일설에 의하면 랩 솜씨도 노래 못지않다는데, 아직은 확인하지 못했다.

김수용은 베테랑답게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 주었다. 이현도 상당히 훌륭한 ‘앤디’였지만 무게감만큼은 김수용을 따라오기 어렵다. ‘비쥬얼’이란 면에서는 이현도 확실히 대단했지만.

이 작품을 보는 진짜 재미는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실은 네 명 코요테걸을 따라가는 재미가 대단하다.

든든한 리더 역을 맡고 있는 속 깊은 ‘레이첼(유미 분)’, 네 명 중 가장 발랄한 쇼핑광 ‘알리사(이영은 분)’, 걸그룹에 꼭 한 명씩 껴 있기 마련인 여전사 콘셉트의 터프걸 ‘사만다(최소영 분)’, 할리우드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자 오디션 경력이 있는 ‘나탈리(강웅곤 분)’.

네 명의 색깔이 제각각인데, 가만히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성들의 특성을 뻥튀기해놓은 것 같다. “당신의 취향은?”이라고 묻는다면 꽤 재미있겠다.
나로 말하자면 쑥쓰럽지만 ‘사만다’씨 쪽이다. 어쩌면 평소 좋아하는 이영미 배우의 이미지를 많이 닮아서일지도.

‘에이프릴’이 세 들어 사는 건물주 여인 역을 맡은 장윤정의 능글맞은 연기도 볼거리. 여성 출연자 중에서는 ‘에이프릴’의 친구 ‘미아’와 함께 코믹 감초역할인데, 앳되어 보이는 얼굴로 어찌 그런 능청스러운 표정이 나오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오프닝 군무 장면에서는 꽤 놀라운 춤 솜씨를 보여주니 찾아보시길)

‘웨잇포유’에서 일차 호흡을 맞춰서인지 김수용과 유하나의 듀엣은 상당히 부드럽고 달착지근하게 들린다. 목소리가 물과 포도처럼 잘 섞인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국내 남자 뮤지컬배우 중 ‘고음’하면 알아주는 김수용은 ‘코요테어글리’에서도 어김없이 매력이 철철 넘치는 고음을 들려준다.

김수용의 고음은 뒤가 강하다. 2008년 ‘햄릿’에서 고음의 전설을 남겼던 김수용은 고음을 길게 뽑는 장면에서 절대로 끝을 흐트러뜨리거나 어색한 바이브레이션으로 어정쩡하게 처리하는 일이 없다.

세심하게 들어보면 김수용의 고음은 끊어질듯 하면서도 막판에 되살아나는 특징이 있다. ‘이제 끝인가’ 싶을 때 한 번 더 힘을 쓰는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상당히 멋있고, 때로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김수용으로서는 곡을 철저하게 해석하고 계산해 최후에 쓸 한 호흡을 남겨두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상당히 영리한 배우니까 능히 그럴 법도 하다.

영화 OST의 흐느적거리는 느낌을 털어내고, 훨씬 박력이 넘치는 코요테 의자쇼로 재해석된 ‘언빌리버블(unbelievable)’은 최고의 장면 중 하나.

‘언빌리버블’ 뿐만 아니라 ‘코요테어글리’는 전체적으로 직선과 곡선이 간결하면서도 세련되게 맞물린 안무가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이다.
춤치에 가까운 기자가 고작 두 번 관람 만에 몇 개 동작을 따라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귀에 쏙쏙 박히는 작곡과 마찬가지로 눈에 박히는 안무도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코요테어글리’에는 안무감독 김경엽과 함께 뮤지컬계 춤꾼배우로 소문난 이현정이 참여했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두 번 보았을 때가 더 재미있었던 ‘코요테어글리’. 유하나와 함께 캐스팅된 ‘F(x)’ 루나, ‘가비앤제이’ 장희영의 ‘에이프릴’도 꽤 궁금하다.
TV 예능프로그램 ‘롤러코스터’의 ‘헐녀’로 잘 알려진 이해인(‘미아’ 역이었다)이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빠진 것은 상당히 아쉽지만.

8월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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