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KS는 ‘명품야구’ 경연장

입력 2011-10-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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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6회말 1사 만루에서 신명철이 친 공은 평범한 2루수플라이였지만 심판은 ‘내야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인필드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았다. 이때 타구를 놓친 SK 2루수 정근우가 공을 잡아 재빨리 홈으로 송구했고, 삼성 3루주자 최형우(오른쪽)는 포수 정상호(왼쪽)에게 태그아웃 당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차전 정근우 실책하고도 주자 잡아
김상수는 “도루 돕자” 번트모션 재치

사인 없어도 적재적소 자발적 플레이
삼성-SK, 챔프 다툴 자격 충분했다

임팩트나 재미가 큰 것은 아니지만 한국시리즈(KS)에선 그나마 고급야구가 펼쳐지고 있다. 실책성 플레이 이후에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수비포메이션. 주자를 돕기 위한 타자의 팀플레이, 상대 번트타이밍을 무너뜨린 위장 수비 시프트까지…. 2011 KS는 삼성·SK가 왜 챔피언을 다툴 자격이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 상대 빈틈 놓치지 않는 SK의 수비시스템

1차전 삼성의 6회말 공격 1사만루. 신명철이 친 공은 평범한 2루수플라이였다. 하지만 심판은 ‘내야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인필드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SK 2루수 정근우는 손쉬운 뜬공을 놓쳤다.

이후 정근우의 홈송구는 1루수 박정권을 거쳐 포수 정상호에게 연결됐다. 3루주자 최형우는 정상호의 블로킹에 걸려 아웃. 최형우는 “타구가 떴을 때 하프(3루와 홈 사이)까지 갔어야 하는데, 3루쪽에 붙어 있었다. 3루코치와 사인이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 타자주자 신명철도 1루쪽으로 전력질주 하지 않았는데, 그는 “인필드플라이인 줄 알았다”고 했다. SK 내야진의 견고한 시스템은 이런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정근우는 “고의낙구는 아니었다”고 전제 한 뒤, “(정)상호랑도 얘기를 해 봤는데, 홈 송구가 정확하게 날아갔다. 만약 1루수가 커트를 하지 않았다면 병살플레이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격수 박진만이 기만하게 1루 커버를 들어갔기 때문에, 2루수∼포수∼유격수(4∼2∼6)로 이어지는 ‘보기 드문’ 병살플레이가 나올 뻔한 순간이었다.

당시 홈에서는 포스아웃 상황이었지만, 포수 정상호는 3루주자를 블로킹으로 잡았다. 정상호가 인필드플라이로 착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만약 홈송구를 (1루수가) 커트하지 않았더라면 포스아웃 시켰겠지만, 타이밍이 늦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주자를 조금이라도 먼저 막기 위해 블로킹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상수의 팀플레이, 정근우의 위장 시프트

역시 1차전. 삼성의 5회말 공격 무사1루. 김상수가 어정쩡한 번트 헛스윙을 하는 동안, 1루주자 배영섭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보내기 번트가 아니라 도루 사인을 냈다.

3구째 투수 (고든의) 퀵모션이 빨랐기 때문에 김상수가 주자의 도루를 돕기 위해 번트 동작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인 미스가 아니라, 김상수가 불리한 볼카운트를 감수하면서도 팀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정근우는 1차전 8회말 무사1·2루 강봉규 타석에서도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했다. 볼카운트 1-0에서 투수 이재영이 투구 동작을 취하자 2루수 정근우는 1루쪽으로 재빨리 스타트를 끊었다가 다시 제 위치로 돌아왔다. 이른바 ‘위장 시프트’였다. 삼성 강봉규는 정근우의 움직임을 보고 압박 수비를 예상해 번트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강공전환을 노렸지만 결국 스트라이크를 그냥 흘려보냈다. 류 감독은 “속지 말고 번트를 대야 했는데 강봉규가 말려들었다”며 아쉬워했다. 정근우는 “벤치에서 사인이 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대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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