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멀티맨 박지성, 풀백 변신도 헛되이…

입력 2011-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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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박지성. 스포츠동아DB

맨유, 칼링컵 8강 연장끝 2부 팀에 충격 패배

1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챔피언십(2부 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의 2011∼2012 칼링컵 8강전. 누가 봐도 결과를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일방적인 흐름이었지만 맨유는 최대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연장까지 120분을 뛴 박지성은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을 진두지휘했지만 전체 라인업의 경험 부족까지 막을 도리는 없었다. 결국 1-2 패배. 2년 만에 칼링컵 탈환을 노리던 맨유의 포부도 물거품이 됐다.

최근 사망한 웨일즈대표팀 게리 스피드 전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검은색 띠를 팔에 매고, 고인에 대한 위로의 박수로 시작된 경기. 전광판에 얼핏 나온 라이언 긱스의 얼굴은 절친한 친구를 잃어서인지 그늘이 가득했다.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전날 인터뷰에서 “영건들과 1군들을 적절히 믹스해 베스트 진용을 만들겠다”는 뜻을 전했고, 중심에는 박지성이 있었다. 곁에 자리한 BBC스포츠 해설진은 연신 “박지성이 경험에서 나오는 훌륭한 위치 선정으로 팀을 이끈다”고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이날 경기 후반 맨유가 위축됐다. 하프타임 직후 퍼거슨 감독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빼고 라벨 모르슨을 투입하자 맨유 벤치 가까이 위치한 한 영국 기자는 곁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는 폴 스콜스에게 “대체 라벨이 누구냐”고 물어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후반 20분 대런 앰브루스에게 맨유는 첫 골을 허용했다. 박지성의 포지션 변경이 가져온 실책성이 컸다. 중앙 미드필더에서 과감한 침투로 공격을 이끌던 박지성은 후반 중반 무렵부터 측면 풀백으로 이동했고, 오른쪽 사이드로 옮기자마자 앰브루스의 슛을 내줬다.

2분 만에 맨유는 페데리코 마케다가 페널티킥을 꽂아 넣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연장 전반 7분 글렌 머레스에게 헤딩 결승골을 내줘 무릎을 꿇었다.

퍼거슨 감독은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린 계속 가져가야 할 역사와 전통이 있음에도 맨유는 오늘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실망한 모든 이들에게 사과한다”는 전했다. 망연자실한 맨유 선수들도 대부분 빠르게 믹스트 존을 빠져나가 충격을 실감케 했다.

맨체스터(영국)|김신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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