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북이 만능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입력 2011-12-23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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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2012년 노트북의 화두는 얇고 가벼움이다. 여기에 한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관리 기능도 포함된다. 인텔이 차세대 노트북 제품군으로 제시하고 있는 울트라북(Ultrabook)의 기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텔은 울트라북의 기준을 ‘Ultra Thin(얇은 두께)’, ‘Ultra Secure(보안 강화)’, ‘Ultra Responsive(즉시 반응)’, ‘Smart Visual Experience(놀라운 성능/사용자 인터페이스)’, Long Battery Life(긴 사용시간)’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즉, 울트라북은 일반 노트북의 성능 및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며, 얇고, 가벼우며, 오래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태블릿PC처럼 누르면 즉시 반응하는 노트북 제품군을 뜻한다.


사실 울트라북은 노트북이 세상에 처음 선보인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져온 발전 방향과 일치한다. 노트북의 휴대성과 성능의 향상은 새삼스럽지 않은 주제다. 즉, 울트라북은 인텔이 자사의 제품을 대중들에게 좀더 쉽게 알리기 위한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얇기만 하면 다?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가 맥북에어를 서류봉투에서 꺼냈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얇은 노트북’이 무엇인지 각인시켜 주었던 그 퍼포먼스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이렇듯 얇은 두께 즉, 휴대성은 노트북의 주요 선택 기준의 하나다. 많은 노트북 제조사가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해 단 0.1mm라도 더 얇게 만들면서 ‘가장 얇은 노트북’, ‘초박형 노트북’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노트북과 같은 휴대용 제품에서 얇은 두께, 가벼운 무게 등이 중요한 것은 맞다. 다만, 그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성능, 기능적인 면이 축소되어서는 안된다. 인텔이 밝힌 울트라북의 성능은 일반 노트북에 준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니다. 울트라북에 탑재되는 초저전력(ULV, Ultra Low Voltage) 프로세서는 일반 노트북에 탑재되는 프로세서와 비교해 성능이 낮을 수밖에 없다. 노트북을 작게 제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참고기사: 노트북에서 전력 소모량이 중요한 이유 - http://it.donga.com/plan/5924/

일반 노트북보다 낮은 성능 외에도 얇은 두께를 위해 입출력 단자, 유선랜(RJ-45), ODD(광 디스크 드라이브) 등을 삭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현재 국내에 출시한 대부분의 울트라북에는 지금도 프로젝터 등을 연결할 때 자주 사용하는 D-SUB 단자가 없다. DP, HDMI 등의 영상 입출력 단자를 탑재해 젠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용하기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유선랜 단자도 거의 탑재되지 않는다. 울트라북은 기본적으로 와이파이(Wi-Fi)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유선랜이 필요할 때는 별도의 장치를 USB에 연결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몇몇 울트라북은 USB 3.0이나 멀티카드 리더기 등도 아예 탑재하지 않고 있다.

ODD도 없다. 요즘 ODD의 쓰임새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하거나 CD/DVD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없으면 정말 아쉬운 것이 ODD다.

아직은 출시 초기, 가격도 만만찮다

인텔이 울트라북을 소개하며 내세운 기준 중에 1,000달러 이하로 선보이겠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출시한 울트라북은 대부분 이보다 가격이 비싸다. 200만 원이 넘는 울트라북도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제조사는 “꼭 1,000달러 미만의 제품만 출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 노트북도 성능, 기능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듯이, 울트라북도 모델에 따라 여러 가격대의 제품이 선보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보다 너무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물론, 시간이 좀더 흐른 뒤에 제조사측이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전반적인 시장 여건이 안정화되면 가격은 지금보다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울트라북 제품군 자체가 시장에 선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과도기적 위치다. 굳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구매할만한 매리트가 있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내년 상반기 또는 후반기에 나올 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울트라북이 좀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일반 노트북도 울트라북 못지 않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울트라북과 시장에 함께 출시되고 있는 일반 트북 중 제품 크기나 무게, 두께 등이 울트라북 못지 않은 제품도 있다. 성능 자체도 일반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탑재하기 때문에 울트라북 제품보다 높다. USB 3.0, USB 단자의 수, HDMI, DP, D-SUB 등의 다양한 입출력단자, 유선랜, ODD 등 기능 지원도 울트라북보다 낫다. 특히, 울트라북처럼 얇고 가볍게 제작하기 위해 내부 설계 등을 특화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일반 노트북과 비교해 그렇지 지금 출시되고 있는 울트라북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도시바 포테제 R830

지난 6월 출시한 도시바 포테제 R830은 울트라북 못지 않은 외형에 데스크탑 PC에 견주는 성능을 탑재했다. 포테제 R830은 13.3인치 디스플레이 크기에 인텔 2세대 코어 i7-2620M 프로세서(동작 속도: 2.7GHz, 최대 터보 부스트: 3.4GHz, L3 캐시 메모리: 3MB, 모델에 따라 i5 프로세서 탑재), 4~8GB DDR3 메모리, 128~256GB SSD 등을 탑재했다. USB 3.0, e-SATA, HDMI, D-SUB, SD메모리 카드 리더기 등도 지원하며, ODD도 장착되어 있다. 이 모든 걸 갖추고도 무게는 약 1.4Kg에 불과하다. 어댑터를 포함해도 약 1.7kg으로 여성이 들고 다니기에도 좋다.


도시바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초기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백업 기능, 주변의 와이파이를 손쉽게 찾고 연결할 수 있는 기능, 여러 단계로 설정할 수 있는 보안 기능, 주변의 충격으로부터 파일을 보호하는 기능 등이 있다. 특히, 배터리 수명 시간을 늘려주는 에코 기능은 최대 9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참고기사: ‘전문가’라면 전문 노트북을 - http://it.donga.com/review/5944/

소니 바이오Z 시리즈

소니의 노트북 브랜드 바이오 제품 중 Z시리즈는 성능과 휴대성 모두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때문에 다른 노트북보다 가격이 매우 비싸지만 이마저도 바이오 Z시리즈의 ‘특징’이라고 인정 받을 정도. 2011년형 바이오 Z시리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3.1인치 디스플레이 크기에 인텔 2세대 코어 i7-2620M 프로세서(동작 속도: 2.7GHz, 최대 터보 부스트: 3.4GHz, L3 캐시 메모리: 3MB, 모델에 따라 i5 프로세서 탑재), 4~8GB DDR3 메모리, 128~256GB SSD(258GB 경우, 128GB x 2) 등을 탑재했다. USB 3.0, HDMI, D-SUB, SD메모리 카드 리더기 등도 지원한다. 무게는 1.165Kg. 울트라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이번 2011년형 바이오 Z시리즈에서 선보인 ‘파워 미디어 독’이 있다. 파워 미디어 독은 집이나 사무실에 두고 바이오 Z시리즈를 연결해 사용하는 외부 장치이다. 독에는 ODD와 USB 포트 3개, D-SUB, HDMI, 유선 랜 포트 등이 추가로 장착되어 있다. 특히, 이를 외부 영상 출력 단자를 이용하면 노트북 포함 최대 4개의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AMD 라데온 HD6730을 내장하고 있어서 고성능 그래픽 작업도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다.


노트북은 앞으로 점점 얇아지고, 가벼워질 것이며, 수시로 충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노트북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성능과 기능까지 놓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넷북을 떠올려보자. 작고 가벼운 넷북은 그 무게만큼이나 가벼운 성능 때문에 결국 시장에서 버림 받았다.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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