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망중립성 문제. 이제는 IT 관련 단골 뉴스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망중립성 문제는 앞으로 유무선 인터넷 시장을 지금과 달리 크게 변화시킬 수도 있는 핵심사항이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 방향이나 실질적인 대책 등이 제기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망중립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국내 문제뿐만이 아니다. 이미 망중립성 문제는 다른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다.
그리고 이제 망중립성 문제는 일반 사용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용하던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단되고, 집에서 잘 보던 스마트TV의 화면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사단이 벌어지고 나서 분통을 터트려봐야 아무 소용 없다. 그리고 모르고 당하는 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다. 최소한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저 업계 간의 다툼이겠거니 하고 관심 없이 지내다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수가 있다.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인터넷을 통한 부하 발생(트래픽)에 대한 책임이 사용자든 기업이든 모두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 인터넷 주소, 사업자, 단말기 등의 모든 주체가 동일하게 처리(과금)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은 약 10여 년 전, 미국에서 일부 인터넷 네트워크 사업자가 자신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에 대해 특정 기기의 접속을 제한하거나, 인터넷전화(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이하 VoIP) 등과 같은 특정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 시작됐다(이러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이전, 전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 국내에는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0년대 초반부터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국내의 경우, 망중립성 문제는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고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에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대두되었다. 더 이상 이통 3개사가 늘어나는 무선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헤비(Heavy) 사용자와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무선 인터넷 전화(movile VoIP, 이하 m-VoIP)나 무료 문자 애플리케이션(카카오톡, 마이피플) 서비스 업체 등에 접속을 차단하려 했기 때문이다.
참고기사: 왜 그들은 ‘인터넷 망 중립성’을 주장하나 http://it.donga.com/newsbookmark/6346/
서로 커져만 가는 업계의 목소리, 그런데?
이번 KT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분쟁도 결국 망중립성 원칙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한 연장선의 싸움이다. 양측이 밝히는 사건의 발단과 시작, 그리고 전개, 그 이후 급 화해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참 스펙타클하다. 그런데 또 도돌이표다. 결국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나서자 ‘우리 이제 싸우지 않습니다’라고 악수는 했지만, 아직도 뒤로는 칼을 갈고 있다. 해결할 수 없는 앙금은 언젠가 터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전례가 있었다.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시작된 무선 데이터 트래픽 폭발 현상은 기존 이동통신사에게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업체 간의 공방이 작년 하반기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참고기사
* 망중립 논의 본격화 1부 - 망중립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http://it.donga.com/plan/6804/
* 망중립 논의 본격화 2부 - 현실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http://it.donga.com/plan/6837/
당시의 결론은 어땠을까? 결국 소리만 요란했을 뿐, 양측이 원하는 합의점이 도출되지는 못했다. 방통위가 작년 12월 26일 최종 의결한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는 했지만, 세부적, 현실적인 결론은 뒤로 미룬 채 논의는 계속 되고 있다.
애꿎은 소비자 피해는 누가 책임지는가
망중립성 문제는 결국 ‘개방성’과 ‘공정성’의 대립이다. 콘텐츠 공급 업체들은 ‘인터넷은 개방 즉, 만인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개방성을 강조하고 네트워크 망 사업자들은 ‘공개는 하되 현실을 반영하자’라는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단정짓기도 힘들다. 애초에 쉽게 결론이 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리도 없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양측 업계의 이견차이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입을 수도 있는 소비자를 위한 대책이 없다는 것. 이에 대해서는 모두 약속한 듯 입을 다물고 있다. 제 가격을 주고 서비스에 가입하고, 제 가격을 주고 제품을 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쓸 수 없다면 소비자는 권리 침해를 당한 셈이다. 즉,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논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는 방향에서 지속되어야 하겠다.
어차피 이 논의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어느 쪽의 의견을 따라도 약간의 진통은 분명히 발생한다. 때문에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방통위도 시장의 원칙에 맡기는 일종의 자율 책임제를 업계에 바라고 있다. 망중립성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혜안이 간절히 필요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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