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피플] 김혁민, 날아오른 6년차 독수리 “전설을 꿈꾼다”

입력 2012-08-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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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혁민은 프로 데뷔 6년째인 올해 팀내 최다승을 달리며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그는 ‘이글스의 레전드’로 남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만년유망주 꼬리표 떼고 올해 6승 펄펄
자신감 생기면서 컨트롤도 저절로 안정
가족이 큰힘…등판때 부모님 좌석 마련
은퇴후 레전드 목표로 매경기 QS 최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아들은 관중석을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서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를 치고 있는 부모님이 보였다. 절로 번지는 뿌듯한 미소. 슬며시 손을 흔들며 ‘해냈다’는 사인을 보냈다. 2012년 6월 5일 대전구장. 한화 김혁민(25)이 롯데를 상대로 데뷔 6시즌 만에 첫 완투승을 따낸 날이었다.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던 김혁민은 “아빠와 엄마에게 손을 막 흔들면서, 솔직히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몇 번을 얘기했다. 야구를 잘 하면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많아진다는 것을, 아들은 요즘 실감하고 있다.


○형 따라 시작한 야구, 온 가족의 기쁨으로

초등학교 2학년 겨울 처음으로 야구공을 잡았다. “솔직히 공부가 싫었어요.” 배시시 웃는다. 그러나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다. 먼저 야구를 시작한 형 혁(27) 씨의 뒤를 따르고 싶었다. 수산업에 종사하던 집안의 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지만, 부모는 두 아들의 꿈을 꺾을 수 없었다. 힘겨운 뒷바라지가 시작됐다.

위기도 맞았다. 군산상고에서 성남서고로 전학을 간 김혁민은 아마야구 규정상 1년을 유급해 ‘고등학교 4학년’을 다녀야 했다. 그때 야구부 회비가 밀려 잠시 야구를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쳤다. 그는 “어린 마음에 왜 운동을 쉬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나중에 이유를 알고 나서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좌절은 곧 희망으로 바뀌었다. 한화가 2007신인드래프트서 김혁민을 2차 1순위로 지명한 것이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보다가 앞순위에 내 이름이 뜨는 걸 봤어요. 야구 시작한 후 가장 기뻤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야구도 별로 못 했는데, 운이 좋았나 봐요.”


○‘만년 유망주’ 꼬리표 떼고 차세대 에이스로

김혁민은 2007년 입단 후 줄곧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187cm의 큰 키에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 그러나 제구 불안과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늘 발목을 잡았다. “주변에서 기대는 많이 하시는데 그만큼 못 하니까 속도 상하고 위축되기도 했죠.” 그런 그가 지난 시즌부터 환골탈태하기 시작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적으로 합류하면서 129.2이닝을 던졌다. 승수는 5승에 그쳤지만 인상적인 장면도 여럿 나왔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허물을 벗어던진 채 날아오른 것이다. 6승(4패)으로 팀 내 최다승에 벌써 95.1이닝을 던졌다. 방어율은 3.68.

김혁민은 그 비결이 ‘자신감’이라고 했다. “시즌 초반 불펜에서 뛰다 선발 복귀 첫 경기가 대구 삼성전(5월 6일)이었는데 7이닝 3실점으로 괜찮았어요. 자신감이 확실히 생기더라고요.” 마음이 든든하니 컨트롤도 저절로 잡혔다. “정민철 코치님이 ‘기술은 신경 쓰지 말고 몸 관리만 잘 해도 넌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조언하셨어요. 그래서 놀러나가고 싶을 때도 꾹 참고 몸에 좋은 것도 잘 챙겨 먹었죠.” 역시 노력 없이 이뤄지는 건 없다.


○아들이 웃으면 부모도 웃는다!

군산에 사는 아버지 김선열(50) 씨와 어머니 김미자(50) 씨는 요즘 아들의 경기를 ‘직관’하는 게 낙이다. 처음에는 행여 부담이 될까 염려해 몰래 야구장에 왔다 갔다. 표가 없어 외야석에 앉아야 할 때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김혁민 역시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형의 귀띔을 받고서야 알았다. “당장 전화해서 왜 그러셨냐고, 앞으로는 꼭 말하고 오시라고 했죠.” 이후 김혁민은 대전 등판이 잡히면 늘 부모의 자리를 마련해놓는다. 부모 역시 혼자 사는 아들집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잔뜩 해먹이고서야 집에 돌아간다. “그동안 저 키우고 야구 시키느라 고생하신 거 생각하면 꼭 효도해야 해요.” 의젓한 아들의 한마디. 이런 게 자식 잘 키운 보람일 터다.


○최종 목표는 ‘이글스의 레전드’

이제 데뷔 첫 시즌 10승까지 4승이 남았다. 그러나 김혁민의 바람은 다른 데 있다. “선발 등판할 때마다 퀄리티스타트를 하는 것”이다. “선발투수의 생명은 길게 던지는 거잖아요. 승리투수가 되면 좋지만, 오래 버티는 게 더 팀에 보탬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그렇게 실력을 쌓아서 훗날 은퇴할 때 ‘이글스의 레전드’로 남는 게 목표라고 했다. “우리 팀 하면 레전드 코치님들부터 먼저 떠오르잖아요. 선수 때 좋은 활약을 남기고 은퇴 후에도 전설로 남는다는 게 정말 멋진 것 같아요. 꼭 그렇게 되고 싶어요.”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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