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대에 한글날을 생각한다…‘인터넷 용어’ 4가지 유형별 분석

입력 2012-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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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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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이고 붙이고 섞고…“뜻이 대체 뭥미?”

‘축약형’ 긴 문장을 짧은 단어로 표현
‘합성형’ 말을 합쳐 새로운 의미 창조
‘외래어형’ 영어 등 한글표기로 변용
‘오타형’ 재미있는 오타 의도적 사용

무분별한 사용에 우리말파괴 우려도

‘제곧내’, ‘젭라’, ‘아오안’, ‘앱등이’가 무슨 뜻인지 아는지….

이게 과연 우리말인가 싶지만 현재 인터넷에서 메신저나 채팅 때 흔히 쓰는 표현들이다. 9일은 세종대왕의 한글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연구,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한 566돌 한글날이다. ‘온라인 시대’의 한글날을 맞아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표현들을 유형별로 정리했다.


● ‘줄여야 산다’…축약형

인터넷 유행어는 주로 온라인 게시판, 채팅, 게임 등에 흔히 등장한다.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는 만큼 한 타라도 줄이려다 보니 자연 축약어가 인기다.


-흠좀무: ‘흠 … 그것이 사실이라면 좀 무섭겠군요.’


-부친남: 부인 친구 남편. 남 부러울 게 없는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을 가리키는 엄마 친구 아들과 딸을 의미하는 ‘엄친아’, ‘엄친딸’에 이어 등장한 표현


-제곧내: 제목이 곧 내용. 내용이 부실한 기사나 칼럼을 비꼰 댓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생정: 생활정보. 비슷한 유형으로 ‘짧생’(짧은 생활정보), ‘흔생’(흔한 생활정보), ‘뻔생’(뻔한 생활정보) 등도 있다.


● ‘유행어도 융합시대’…합성형

두 개의 말을 합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 1대1의 대등한 합성도 있지만, 접두어와 접미어를 덧붙이는 방식도 흔히 사용된다.


-앱등이: ‘애플+곱등이’의 합성어. ‘애플에 대해 마음이 굽었다’는 의미로 애플 제품의 열혈 옹호자를 비꼬는 표현.


-옆그레이드: 옆+업그레이드. 별다른 개선이 없음에도 광고만 요란한 제품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신조어.


-호갱님: 호구+고객. 업체들이 입으로는 ‘고객님’이라며 친절하게 굴지만 실제로는 고객을 우습게 보는 현실을 비꼰 표현.


-∼느님: 하느님의 ‘하’를 빼고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넣어 사용한다. 인기 방송인으로 ‘국민MC’로 꼽히는 유재석의 또 다른 별명이 ‘유느님’이다. 요즘 대세인 싸이의 팬이라면 ‘싸느님’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 ‘외국에서 왔어요’…외래어형

외래어에서 유래된 인터넷 유행어도 많다. 대부분 영어와 일어의 전용, 또는 변용이다.


-덕후: ‘특정분야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나왔다. 2002 한일월드컵 때 ‘히딩크’를 ‘허동구’로 부른 것처럼, 일본어 ‘오타쿠’를 ‘오덕후’로 우리말식으로 표기하다가 ‘오’를 뺀 ‘덕후’가 되었다. 뒤의 ‘후’를 빼고 ‘오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오안: ‘아웃 오브(out of∼) 안중’이란 말로 영어와 우리말의 합성어다. 즉, 관심이 없다는 의미.


● ‘오타가 오타가 아니야’…오타형

PC에서 빠르게 타이핑을 하다 보면 오타는 필연적이다. 급히 치다가 저지르는 오타가 아예 유행어로 자리 잡은 경우다.

‘젭라(제발)’, ‘오나전(완전)’, ‘고나리(관리)’, ‘ㅇ벗다(없다)’, ‘∼스빈다(습니다)’, ‘당므(다음)’, ‘죗오(죄송)’, ‘듄(한글 상태에서 친 EBS)’, ‘뭥미(뭐임)’등이 대표적인 오타형 유행어들이다.

인터넷 유행어는 젊은 세대의 감성과 문화 트렌드를 반영하며 우리말 쓰임새의 폭을 넓힌다는 면이 있지만, 반대로 한글을 파괴하고 혼란을 준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글학회가 위촉한 우리말글 지킴이 김선덕씨는 “요즘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어른들, 특히 사회 지도층인 정치인, 언론인들도 인터넷 유행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글날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대로 된 우리말, 어법에 맞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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