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푸홀스 “신(神)은 내게 특별한 야구 재능을 줬다”

입력 2013-03-04 05: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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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푸홀스(33·LA 에인절스). 동아닷컴

[동아닷컴]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타자는? 이에 대해 여러 타자가 거론될 수 있겠지만 아마도 대다수는 LA 에인절스의 중심타자 앨버트 푸홀스(33)를 꼽을 것이다.

푸홀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데뷔 후 10시즌 연속 타율 3할-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 후 12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이런 푸홀스도 지난해 초반에는 주춤거렸다. 10년간 총액 2억6000만 달러를 받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그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홈런은 고사하고 타율 0.217에 4타점이 전부였을 만큼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그의 이적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계약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새 팀에 안착하며 예전의 기량을 보여줬고 시즌 후반 무릎부상이 있었음에도 결국 타율 0.285 30홈런 105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푸홀스는 16세였던 1996년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고교졸업 후 대학야구에서 1년간 뛴 그는 타율 0.461 22홈런의 기록을 남겼고 199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레프트에서 세인트루이스에 지명됐지만 당시 계약금(1만 달러)이 적다며 입단을 거부하고 대학 하계리그에서 뛰었다. 그 곳에서 48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하자 세인트루이스는 처음 제시했던 금액의 6배인 6만 달러의 계약금으로 푸홀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당시 푸홀스의 실력에 비해 몸 값이 낮았던 이유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계속해서 나이와 관련된 의혹을 받았기 때문.

2000년 마이너리그 싱글 A에서 본격적인 프로생활을 시작한 푸홀스는 그 해 싱글 A를 거쳐 트리플 A에서 시즌을 끝냈다. 트리플 A에서는 소속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타율 0.367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소속팀 또한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1년 스프링캠프에서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타자였던 마크 맥과이어(현 LA 다저스 타격코치)는 토니 라 루사 감독에게 “푸홀스를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당신의 지도자 생활에 있어 가장 후회할 일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이너리그 경력 1년 만에 2001년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된 푸홀스는 당시 팀 상황에 따라 1루수, 3루수, 우익수, 좌익수를 번갈아 보며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 올스타에 뽑힐 정도로 두각을 나타낸 푸홀스는 그 해 타율 0.329 37홈런 112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은 물론 실버슬러거 수상도 그의 차지였다.

이후 그의 활약은 거침이 없었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슬러거로 성장했다. 푸홀스는 현재 메이저리그 12년 통산 타율 0.325 475홈런 1434타점 2246안타를 기록 중이다.

그의 수상경력은 더 화려하다. 올스타 9회 선정을 필두로 월드시리즈 2회 우승, 내셔널리그 MVP 3회, 실버슬러거 수상 6회, 골드글러브 수상 2회, 내셔널리그 신인왕, 내셔널리그 타격왕, 내셔널리그 홈런왕 2회, 내셔널리그 타점왕, 내셔널리그 행크아론상 수상 2회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인 푸홀스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앨버트 푸홀스(33·LA 에인절스). 동아닷컴

다음은 푸홀스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무릎 수술을 받았다. 지금 상태는 어떤가?

“좋은 편이다. 아직 재활 중에 있지만 전보다 더 활발하게 달리기도 하면서 차츰 예전 상태를 찾아가고 있다. 타격 훈련은 이미 시작한 상태고 앞으로 한 2주 정도만 더 재활을 하면 본격적으로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올 시즌 개막전 출전은 가능한가?

“물론이다. 시즌 개막전까지는 충분히 예전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슬러거다. 성공 비결이 있다면?

“늘 최선을 다해 남보다 더 많이 땀을 흘리고 더 열심히 노력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아울러 나는 신으로부터 야구와 관련된 재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신앙적으로 늘 그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코치들에게 배운 것을 늘 잊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드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야구는 언제 시작했나?

“리틀리그에서 제대로 야구를 시작한 건 일곱 살 때였지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하던 단순놀이 식의 야구는 5~6세 때 부터 한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올해로 13년째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프로에 지명 받아 입단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혹시 당신도 징크스가 있나?

“미신을 믿지 않는 관계로 징크스는 전혀 없다. 다만 경기 전 몸을 풀 때 음악을 듣는 편이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는 편인가?

“항상 종교(기독교) 음악을 듣는다.”

-혹시 별명이 있나?

“사람들이 ‘히팅 머신’ 등의 별명을 지어줬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단순히 내 이름 ‘앨버트’로 불러주는 게 가장 좋다.”

-메이저리그 투수 중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를 꼽자면?

“메이저리그 투수는 모두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 같다. 타자는 투수를, 투수는 또 타자를 서로 공략하기 위해 늘 연구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오늘 내가 홈런을 쳤다고 다음에도 또 홈런이나 안타를 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늘 상대를 공략하기 위해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경쟁이 심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앨버트 푸홀스(33·LA 에인절스). 동아닷컴

-주차장에서 우연히 당신 소유의 자동차(롤스로이스)를 봤다. 혹시 가격을 물어봐도 되나?

“(웃으며) 자세한 가격은 말해줄 수 없다.”

-에인절스로 이적한 지 2년째이다.

“에인절스는 전통 있는 좋은 팀이다. 팀원들도 모두 잘 해주고 편안한 새 가족을 만난 것처럼 이 곳에서도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전 소속팀이었던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 루사에 이어 에인절스의 감독 마이크 소시아도 명장이다. 두 감독의 차이점을 들자면?

“(웃으며) 둘은 절대 비교가 쉽지 않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소시아 감독이 선수들에게 농담도 잘하고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스타일이라면 라루사 감독은 말이 없고 근엄한 편이다. 이렇게 유명한 감독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나는 분명 복이 많거나 운이 좋은 선수인 게 분명하다.”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2차례 경험했다. 에인절스에서도 가능하다고 보나?

“그렇다. 오프시즌 동안 조시 해밀턴을 영입해 우리 팀 타선이 더 막강해졌다. 분명 우리 팀이 우승 후보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보장된 건 없다. 우리 팀을 제외한 나머지 29개 팀도 다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162경기를 치러야 하는 긴 시즌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팀 전력이 좋아도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생에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꼭 이루고 싶다.”

-아침 일찍 나와 연습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프로에 진출해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늘 해오던 일이다.”

-연습이나 경기 때 잘 웃지 않고 늘 신중한 표정으로 유명하다.

“야구 선수가 내 직업이고 나는 또 특별히 돈을 많이 받는 선수다. 예를 들어 내가 회사 사장이라고 가정해보자. 회사를 이끌어야 할 사장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부하직원들을 이끌 수 있겠는가? 팀의 리더로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늘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앨버트 푸홀스의 소유의 롤스로이스 자동차. 동아닷컴

-다섯 자녀 중 한 명인 딸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가 일반인과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비록 다운증후군이라는 병이 있지만 그들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비록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딸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행복이자 힘이 된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마지막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것이다. 야구는 팀 스포츠인 만큼 모든 선수가 팀을 위해 하나로 뭉쳐 최선을 다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홈런이나 타점 등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없나?

“그런 건 전혀 없다. 늘 건강하게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야구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좋은 성적도 따라오리라고 믿는다.”

-푸홀스 당신에게 ‘야구’란?

“나에게 야구란 신이 내게 허락하신 축복이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것을 통해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아울러 내가 늘 기다리며 즐길 수 있는 이 세상 최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멀리 한국에서 나를 위해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나와 우리 팀 에인절스를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한국 팬들에게 항상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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