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엘 푸이그(23·LA 다저스). 메이저리그 사무국 제공
야시엘 푸이그(23·LA 다저스)가 몰고 온 쿠바산 돌풍이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 갓 데뷔한 푸이그는 28일 현재 올 시즌 총 23경기에 출장해 타율 0.426 7홈런 16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푸이그는 다저스 구단 최초로 빅리그 데뷔 후 2경기 만에 2개의 홈런을 친 선수가 된 것은 물론 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 후 단 5경기 만에 4개의 홈런을 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아울러 그는 빅리그 데뷔 후 5경기 만에 10타점을 올려 이 부문 타이기록도 세웠다.
푸이그는 또 데뷔 후 4번째 경기였던 지난 7일, 애틀랜타를 상대로 자신의 빅리그 첫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으며 다저스 구단은 물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빅리그 데뷔 후 단 20경기 만에 34안타 7홈런을 몰아친 선수가 돼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로 떠올랐다.
빅리그 경력이 채 한 달도 안 되는 푸이그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올스타전에 출전할 가능성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를 출전시켜야 된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또한 새로운 역사가 된다.
푸이그가 지난해 다저스와 7년 총액 4200만 달러에 계약할 때만 해도 그는 특급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푸이그가 단 1년 만에 빅리그에 진출해 이처럼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미국 현지 언론은 “푸이그의 맹활약 덕분에 침몰 위기에 놓였던 다저스가 다시 동력을 얻게 됐고 경질 위기에 몰렸던 돈 매팅리 감독의 생명도 연장됐다”며 푸이그의 기사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푸이그는 이제 다저스를 넘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는 조국 쿠바를 탈출하는데 소요된 비용 때문에 목숨을 담보로 인질이 돼 한 동안 억류생활을 하기도 했던 선수였다.
이런 푸이그를 발견하고 다저스와의 계약을 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있다. 바로 다저스의 전설적인 스카우트 마이크 브리토이다.
브리토가 푸이그를 처음 본 것은 지난 2008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였다. 그 곳에서 우연히 쿠바대표로 출전한 푸이그를 본 브리토는 첫 눈에 그의 재능을 확신했다고 했다.
그 후 브리토가 푸이그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것은 지난해 였다. 쿠바에 있는 브리토의 동생이 전화로 푸이그가 쿠바를 탈출했다는 소식을 브리토에게 알려준 것.
당시 쿠바를 탈출한 푸이그는 중남미 지역인 칸쿤을 경유해 멕시코로 향하고 있었고 칸쿤에 사는 브리토의 친구가 이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한다.
브리토는 즉시 다저스 구단 아마추어 스카우트 책임자인 로간 화이트에게 푸이그의 근황을 보고했고, 그와 함께 푸이그를 만나기 위해 멕시코로 향했다. 그 곳에서 푸이그를 만난 이들은 사흘간 푸이그의 타격연습만 관찰했고 브리토의 뛰어난 스카우트 능력을 신임했던 화이트는 420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투자해 지난해 6월 푸이그와의 계약을 체결했다.
브리토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쿠바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는 선수들의 탈출을 전문적으로 돕는 조직이 있다. 그들은 탈출에 필요한 배를 빌리기 위해 수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할 만큼 경제적으로 규모가 큰 조직이다. 푸이그 또한 그 비용을 지불하기 전까지 멕시코에서 인질로 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브리토는 이어 “그 조직은 어느 선수가 돈이 되는지 잘 알고 있다. 돈이 안 되는 선수라면 움직이지 않는다. 선수의 이름을 알려줄 순 없지만 3주 전에도 그 조직의 도움을 받은 선수가 쿠바를 탈출해 현재 멕시코에 머물고 있다.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의 통치가 계속되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저스의 남미담당 스카우트로 일하는 브리토는 과거 다저스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53)를 발굴한 인물이다. 올해로 스카우트 경력 35년째인 그가 발굴해 메이저리거가 된 선수는 푸이그가 32번째 였다. 그의 뛰어난 스카우트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브리토는 “다저스에서 35년간 스카우트로 일하며 발렌수엘라를 비롯해 많은 빅리그 투수들을 발굴했다. 하지만 푸이그처럼 뛰어난 야수는 처음이다. 장담하건대 앞으로 오랜 시간 푸이그 같은 선수를 보기 힘들 것이다. 그는 이미 야구와 관련된 모든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빅리그 경험뿐이다. 그가 위대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고 말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성적이 좋지 않아도 고액 연봉선수를 우선 출전시켜야 하는 메이저리그의 특성상 다저스의 부진과 주축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은 푸이그라는 영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목숨을 건 탈출 1년 만에 메이저리그의 별이 된 푸이그. 푸이그의 향후 행보에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