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허송세월·위임장 남발…낙관했던 박주영, 막판 2부 하위팀 선택

입력 2014-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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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겨울이적시장에서 잉글랜드 챔피언십 왓포드에 둥지를 튼 박주영의 행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환영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적 과정은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박주영의 임대 소식을 전한 왓포드 지역지. 사진캡처|왓포드 옵저버 홈페이지

■ 박주영 2부리그 왓포드행 이적 스토리

이제부턴 주전 공격수 경쟁…월드컵행 가능성 커져


박주영(29)이 겨울 이적시장 마감(한국시간 2월1일 오전 8시) 직전 새 둥지를 찾았다. 임대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 유니폼을 입는다. 임대기간은 2013∼2014시즌이 끝나는 올 여름까지다.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올 시즌 전반기 1게임, 그것도 리그컵 10분 출전이 전부였다. 드디어 뛸 수 있는 팀을 찾았다. 왓포드는 챔피언십 24팀 중 16위다. 박주영이 충분히 주전 공격수를 꿰찰 수 있다. 컨디션을 회복하면 브라질월드컵 무대를 밟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번 임대이적을 두고 여기저기서 환영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박주영이 왜 마감 직전 쫓기듯 2부 리그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는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극적이면서도 안타까웠던 박주영의 올 겨울 이적 히스토리를 소개한다.


● FA에 연봉도 일부만 내면 되는데…

박주영은 아스널과 계약기간 6개월 남았지만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이미 자유계약(FA) 신분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이적료가 없었다. 더구나 박주영의 연봉도 아스널이 일부 보전해주기로 했다. 박주영이 올 시즌 말까지 아스널로부터 받아야 할 잔여 연봉은 약 100만 유로(14억원). 박주영을 영입하는 구단이 절반인 50만 유로만 지급하면 나머지 50만 유로의 전부 혹은 일부를 아스널이 낼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아스널은 어떤 방법으로든 박주영을 처분해 그 연봉을 아끼려 했다.

박주영은 프랑스, 터키, 벨기에 리그 등을 두루 알아봤다. 프랑스는 스타드 렌과 접촉했고, 터키의 한 구단과는 계약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렌은 필립 몽타니에 감독이 고심 끝에 거부했고, 터키 구단은 갑자기 다른 포지션에 부상선수가 나와 그 공백을 메우느라 박주영이 밀렸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박주영은 물밑에서 부지런히 새 행선지를 알아봤다. 하지만 이적료도 없고 연봉 일부를 아스널에서 책임진다는데도 박주영을 선뜻 데려가겠다는 팀이 안 나왔다.


● 3대 걸림돌

박주영이 너무 낙관적으로 파악한 게 화근이었다. 박주영은 이런 조건이면 유럽 중상위 리그의 어지간한 팀은 어렵지 않게 갈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박주영의 평판이 바닥이었다. 아스널에서 최근 1년을 허송세월한 게 타격이 컸다. 박주영 이미지도 썩 좋지 않았다. 박주영은 작년 여름 스페인 셀타비고에서 임대를 마치고 아스널로 복귀한 직후에도 이적을 타진했다. 이 때부터 위임장을 남발한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의 이적 권한을 가졌다는 에이전트가 속출했다. 유럽 빅 리그의 한 구단에는 무려 20명이 넘는 사람이 박주영 에이전트라며 찾아와 구단 관계자들이 질색 했다. 소문은 퍼져 나갔다.

박주영이 원한 계약기간도 걸림돌이었다. 박주영은 올 시즌 말까지 딱 반 시즌만 뛸 팀을 찾았다. 이 기간 부활한 뒤 국가대표에 다시 뽑히고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FA로 홀가분하게 새 팀을 찾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박주영 편의만 추구한 생각이었다. 구단들의 입장은 달랐다. 유럽 이적시장에 밝은 관계자는 “딱 6개월만 뛰겠다고 고집하는 선수를 어떤 구단이 반기나. 구단의 성적 등은 알거 없고 자기는 시즌 후 언제든 쉽게 옮기겠다는 마음 아니냐. 달가워할 구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막판 독일행도 무산

박주영은 마감이 임박해지자 다급해졌다. 이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이라는 지인은 총동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원래 자신이 원했던 조건도 대폭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에 독일 2개 구단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간이 촉박한 게 문제였다. 해당 팀 감독들이 난색을 표했다. 박주영이 오면 감독들은 이적시장 마감 직전 팀의 공격진을 새로 다시 짜야 한다. 자칫 팀 전체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결국 독일행도 무산됐다.


● 왓포드 주전에 집중해야

모든 카드가 결렬되면서 박주영은 왓포드 임대에 사인했다. 지난 한 달 동안의 협상 과정을 봤을 때 임대료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박주영의 연봉도 상당 부분 깎였거나 일부를 아스널이 내주는 조건일 수 있다.

박주영이 크게 원했던 팀은 아니지만 왓포드 행은 몇 가지 면에서 긍정적이다. 왓포드가 런던에서 멀지 않고 같은 잉글랜드 무대라 따로 적응이 필요 없다. 박주영은 일단 ‘왓포드 맨’이 돼 베스트11에 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브라질월드컵은 그 다음 일이다. 미국 LA에서 전지훈련 중인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의 이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새 팀을 찾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박주영은 비로소 다른 선수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섰을 뿐이다. 단순히 팀을 옮기고 경기에 나선다고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표팀에 선발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경기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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