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거품 부추기는 퍼주기 계약

입력 2016-10-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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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실력보다 오너 의지·이름값에 몸값 좌우
美·日처럼 체계적 연봉시스템 구축 필요

“무작정 퍼주는 듯한 계약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A그룹의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조금은 불만 섞인 하소연을 했다. 그는 “솔직히 국내 여자골퍼들의 몸값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프로야구나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과 비교하면 많은 게 사실이다. 시드만 획득해도 억대 연봉을 달라고 하고, 우승이라도 하면 3∼5배 이상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다. 여자골프의 관심도나 인기 등에 비춰볼 때 상당한 거품인 것만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게 현실이다. 몸값이 높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여자프로골퍼들의 연봉이 높아진 결정적 계기는 골프마케팅에 뛰어드는 기업들의 경쟁 덕분이다. 올해 골프단을 창단한 기업만 4∼5곳이나 됐다. 물론 잘하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더 후한 대접을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한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후원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해 보인다.

프로골프 최대의 시장인 미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엄청난 연봉을 받지만, 득과 실이 확실하다. 계약 내용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화돼 있다. 시즌 성적에 따라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옵션을 적용하고 있다. 성적이 좋으면 대박 계약을 맺는 것도 쉽지만 반대로 쪽박이 될 때도 있다. 시드를 잃을 경우엔 잔인할 정도다. 플러스와 마이너스 옵션을 적용하는 항목이 계약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세계랭킹 100위, 50위, 10위 등의 순위를 정해 놓고 연말에 수십만 달러의 보너스를 풀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드를 잃거나 전년 대비 성적이 크게 떨어졌을 때는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건 물론 연봉 또한 절반가까이 뚝 떨어지기도 한다. 오로지 선수가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다. 선수도 이에 대해 불만이 없다.

일본만 봐도 우리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이보미 등 특정 선수를 제외하면 ‘스폰서 대박’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일본여자프로골퍼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리츠코 류(JLPGA 투어 상금랭킹 2위)의 경우 가장 노출이 잘 되는 부분은 1500만엔∼2000만엔, 다른 부분은 1000만엔 정도다. 3∼4개 기업과 후원계약을 맺을 경우 연간 5000∼6000만엔 수준이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또한 정액제로 받는다. 예를 들면 우승 시 500만엔, 2위 300만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여자프로골퍼들은 이보다 조금 더 안전하고 좋은 조건에 계약하고 있다. 성적이나 잠재력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평가받고 있지만, 실상은 연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오너의 의지라는 게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액수가 커질수록 더욱 그렇다. 또한 대부분의 선수는 플러스 옵션만 있고 마이너스 옵션은 없다. 있다한들 미미하다. 한번 정해진 계약은 성적에 상관없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계약만 잘하면 몇 년은 편하게 투어를 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매 대회 성적에 따라 적게는 30%, 많게는 100%의 보너스도 받는다. 보너스로만 연간 4억∼5억원씩 받는 선수도 많다. B골프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체계적인 연봉시스템이 없는 건 사실이다. ‘누구는 얼마를 받았으니 얼마를 받아야겠다’는 식의 경쟁심리, 또는 기업 오너의 의지, 선수의 이름값 등 성적보다 다른 변수들이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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