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끈 한글 시상품…시상대 디자인도 금메달

입력 2018-02-27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시상제작물 파트를 담당하며 평창올림픽을 빛낸 스포티즌과 살롱드에이치 팀원들. 사진제공 | 스포티즌

■ 평창올림픽 ‘숨은 영웅들’

시상제작물 담당 스포티즌·살롱드에이치
한국적 모티브 디자인 접목…국내외 호평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5일,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 열전의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개최국으로 총 15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7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올림픽은 한국에서 열린 최초의 동계올림픽인만큼 많은 부분에서 관심을 받았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등 대한민국이 강세인 종목에만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과 달리 컬링,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다른 종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경기장, 마스코트, 선수촌 등 경기 이외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선사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집중된 순간은 시상식이었다. 현장에서 바로 진행되는 베뉴 세리머니와 메달 플라자에서 진행된 빅토리 세리머니는 선수들에게는 영광의 순간을, 스포츠팬들에게는 경기장 밖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최민정은 킴 부탱과 하트 세리머니를 보여주었고, 쇼트트랙 여자 계주 팀은 계주를 형상화한 귀여운 세리머니를 선보여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선수들의 기쁨과 환희의 세리머니가 있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있었다. 한국 고유의 미를 드러내고 선수들이 안전한 시상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상대의 관리와 운영에도 10여명 이상의 손길이 들었다.

시상제작물의 전체 디자인과 관리를 책임진 손하영 살롱드에이치 실장은 기존 미술 큐레이터의 영역을 넘어 메가 이벤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작가를 섭외해 시상대 디자인을 진행하는 등 새로운 업무 영역을 창조했다.

손하영 실장은 “시상식 역시 미술 작품 전시처럼 조형적 언어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큐레이팅을 했다. 이번 올림픽의 ‘하나된 열정’이라는 슬로건처럼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공감을 할 수 있는 큐레이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평창올림픽의 소회를 밝혔다.

이번 시상식의 시상대는 한국의 전통미와 세련됨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대는 서울 과학기술대의 한경우 교수가 작가로 참여했다. 손 실장은 “처음 올림픽 시상대의 드로잉을 검토할 때 다양한 아이디어의 시상대가 등장했다. 시상식의 원활한 규정을 위해 탈락한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다. 한 교수의 작품세계에 반영되어있는 한국적인 모티브가 세계인에게도 공감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상대뿐 아니라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기념품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베뉴 세리머니에서 수여된 어사화를 쓴 수호랑은 SNS를 통해 큰 화제가 되어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상대에서 영광의 순간을 빛낸 빅토리 세리머니 시상품. 사진제공 | 스포티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건, 메달과 함께했던 시상품이었다. 진부한 꽃다발과 같은 내용이 아닌 평창의 자연환경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은 시상품이었다. 정면에서 보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보이고, 측면에서 보면 강원도 평창 산맥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시상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시상품 디자인을 맡은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 스포티즌의 이소림 팀장은 스포츠 마케팅 산업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해 온 비쥬얼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다. 이소림 팀장은 “지난해 12월 말,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IOC 관계자뿐 아니라 언론에도 공개하는 행사였는데, 행사 당일 현장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과 좋은 반응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측면과 정면의 의미가 다른 것에 대해 외국인들의 호감이 두드러졌다. 아름답지만 한 번 보면 뻔히 파악이 되는 디자인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고, 그것이 제대로 통한 느낌이었다”며 뿌듯해했다.

실제로 시상식 중계 장면에서도 시상품에 대한 외국 선수들의 관심이 높았다. 선수들은 메달과 시상품을 번갈아 만져보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방송 중계로 그런 장면을 봤을 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혹시나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의 생각을 말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남자, 여자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에 대한 시상이 이뤄지며 평창동계올림픽 시상식에 대한 모든 일정이 끝났다. 비록 시상식이 노출되는 시간은 극히 적었지만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순간들이기에 도근호, 김석찬, 이창균, 현준석, 신은호, 이종문 등 팀원들은 17일 동안 밤을 새며 선수들의 생애 최고의 순간을 함께 만들어 냈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완성될 수 없었다. 그 중 밤낮 없이 시상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언성 히어로즈’, 이들이 최선을 다해줬기에 시상대에 오르는 감동적인 순간을 강원도의 작은 도시에서 세계 각지의 안방까지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양동혁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Ydh0621@naver.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