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핫 키워드 ‘남편’…철없다가도 짠하고, 때론 불통

입력 2019-01-30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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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오정태. 사진제공ㅣSBS

개그맨 오정태. 사진제공ㅣSBS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부부 예능이 조금씩 ‘남편 예능’으로 갈래를 뻗어나가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이 점점 부부보다 남편이란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때로는 철없지만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짠한’ 남편들의 모습을 통해 예능 속 남성 캐릭터의 활용 범주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아내와 겪는 ‘불통’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남편들을 자극적으로 다루는 경우도 잦다. 이런 프로그램을 향해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이나리)는 연예인 부부들을 통해 며느리의 고충을 살펴보는 관찰 프로그램이다. 최근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물은 오정태다. 아내 백아영을 향한 어머니의 남녀 차별적인 발언을 묵인하며 ‘방관자’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청자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초점은 며느리가 아닌 ‘답답한 남편’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오정태는 ‘이나리’가 방송될 때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만큼 화제가 되고 있다.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동상이몽)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합류한 래퍼 라이머, 배우 인교진도 ‘철없는 남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라이머는 사소한 것도 공유하고 싶은 아내 안현모의 마음을 몰라주고, 인교진은 아내 소이현의 눈을 피해 게임을 하려고 애쓰는 등 상황을 연출한다. 이런 남편들의 모습은 해당 프로그램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동상이몽’은 6.3%(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인교진과 소이현은 ‘동상이몽’에서 활약한 결과로 2018년 SBS 연예대상에서 각각 베스트 패밀리상, 쇼토크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MBC ‘궁민남편’은 아예 ‘남편’에 눈을 돌렸다.

‘궁민남편’은 배우 차인표, 권오중, 조태관과 방송인 김용만, 전 축구선수 안정환이 대한민국 남편들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다섯 명의 남편들은 캠핑을 하고 놀이공원을 가면서 잠시나마 가장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궁민남편’은 누군가의 남편, 또는 아빠로서 사는 이들의 애환과 로망을 담아내면서 조금씩 호평을 받고 있다.

예능 속 남편은 철없다가도, 짠하고, 때로는 분노를 유발한다.

이렇듯 남편에 주목하는 최근 예능의 흐름은 남자 캐릭터들을 더욱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게끔 한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단순하게 부부의 일상을 그려냈던 부부 예능을 한층 더 진화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남편과 아내의 입장을 대비시켜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를 그저 재미로 볼 것이 아니라, 남녀의 입장 차를 어떻게 좁혀 나갈 것인지도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눈 여겨볼만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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