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전도연이 나오면 어려운 영화일 것 같나요?”
‘천만 배우 전도연’
당연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실제 전도연의 필모그래피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없다. 하지만 뭐 어떤가. 전도연은 데뷔 초부터 ‘영화나라 흥행공주’라는 타이틀과 함께 이미 한국 영화계 중심에 선 배우인 것을.
“다양한 장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에 천만 관객이 들면 세상이 달라 보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죠. 하지만 달라지진 않을 거 같아요. 천만 관객 배우라고 해서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자체가 바뀔 거 같진 않거든요. ‘내 영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한다’는 꿈을 꾸긴 해요.”
전도연은 ‘왜 사람들이 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까’라며 고민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원인인가, 내가 부담스럽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며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하지만 혹시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까봐 우려되긴 한다”라고 말했다.
전도연이 걱정하는 ‘편견’은 4월3일 개봉하는 영화 ‘생일’에 적용될지도 모른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아 배우 설경구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대중들은 더 이상 나의 열연에 대해선 궁금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도연의 열연보다는 드라마적인 기대치가 더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출연을 두 번 고사했어요. 여러 가지로 어렵고 부담스러웠거든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전작 ‘밀양’에서도 자식을 잃은 엄마를 연기하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가 ‘생일’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감독님이 순남이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등 궁금한 부분이 많았어요. ‘생일’이 슬프고 아픔으로만 끝나는 작품이라면 저는 끝까지 고사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따뜻함이 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지’라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있죠.”
‘생일’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 연출부 스크립터였던 이종언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전도연은 ‘밀양’ 이전에는 주로 신인 감독들과 작업을 했다. 그는 “시나리오가 좋으면 믿고 싶다. 그리고 영화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좋은 작품이 아닐까”라며 “물론 신인 감독이니 부족한 면이 있다. 시작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존중하고 싶다. 그 시작을 나와 같이 했다는 것이 정말 좋다”라고 ‘생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11세 딸을 가진 전도연은 자식을 잃은 엄마의 마음을 잘 알지만, ‘생일’ 속 순남에게는 냉정했다. 순남의 감정보다 앞서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죽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애써 슬픔을 외면하는 순남과 달리, 전도연은 피할 수 없다면 빨리 받아들이고 빨리 아파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순남이의 상황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순남이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었다”고 역할에 대한 애정을 표현, “내가 얼굴에 기미가 있는데 피곤하면 더 진해진다. 순남이 얼굴에 기미가 보이면 어떨까 싶어서 메이크업도 최소화했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덧붙였다.
촬영 현장은 마냥 슬프지 않았다. 전도연은 분위기 메이커였음을 고백, “적어도 분위기 메이커가 설경구일리는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 ‘슬픔을 계속 머금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려고 했어요.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슬픔에 빠져있으려고 하지 않았죠. 설경구도 나름 뭔가를 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유머코드가 안 맞았던 거 같아요. (웃음) 그게 설경구식 유머였나봐요.”
전도연은 “‘생일’은 슬픔을 감사함으로 바꿀 수 있는 영화다. 딸과 함께 ‘생일’을 볼 것”이라며 예비 관객들에게 ‘생일’을 추천했다.
“제가 출연한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가 많아서 아직 딸이 (제 영화를) 보진 못했어요. 띄엄띄엄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나오면 ‘엄마 나왔어’ 정도죠. ‘생일’은 전체관람가라 함께 보려고요. ‘생일’이라는 작품은 온기 때문에 저에겐 의미가 남달라요. 아프고 슬프자고만 하는 영화였다면 출연할 용기를 내지 않았을 거예요. 전혀 다른 이야기고 희망적이고, 힘든 상황을 감사함으로 바꿀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생일’은 4월 3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천만 배우 전도연’
당연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실제 전도연의 필모그래피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없다. 하지만 뭐 어떤가. 전도연은 데뷔 초부터 ‘영화나라 흥행공주’라는 타이틀과 함께 이미 한국 영화계 중심에 선 배우인 것을.
“다양한 장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에 천만 관객이 들면 세상이 달라 보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죠. 하지만 달라지진 않을 거 같아요. 천만 관객 배우라고 해서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자체가 바뀔 거 같진 않거든요. ‘내 영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한다’는 꿈을 꾸긴 해요.”
전도연은 ‘왜 사람들이 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까’라며 고민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원인인가, 내가 부담스럽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며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하지만 혹시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까봐 우려되긴 한다”라고 말했다.
전도연이 걱정하는 ‘편견’은 4월3일 개봉하는 영화 ‘생일’에 적용될지도 모른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아 배우 설경구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대중들은 더 이상 나의 열연에 대해선 궁금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도연의 열연보다는 드라마적인 기대치가 더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출연을 두 번 고사했어요. 여러 가지로 어렵고 부담스러웠거든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전작 ‘밀양’에서도 자식을 잃은 엄마를 연기하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가 ‘생일’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감독님이 순남이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등 궁금한 부분이 많았어요. ‘생일’이 슬프고 아픔으로만 끝나는 작품이라면 저는 끝까지 고사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따뜻함이 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지’라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있죠.”
‘생일’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 연출부 스크립터였던 이종언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전도연은 ‘밀양’ 이전에는 주로 신인 감독들과 작업을 했다. 그는 “시나리오가 좋으면 믿고 싶다. 그리고 영화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좋은 작품이 아닐까”라며 “물론 신인 감독이니 부족한 면이 있다. 시작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존중하고 싶다. 그 시작을 나와 같이 했다는 것이 정말 좋다”라고 ‘생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11세 딸을 가진 전도연은 자식을 잃은 엄마의 마음을 잘 알지만, ‘생일’ 속 순남에게는 냉정했다. 순남의 감정보다 앞서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죽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애써 슬픔을 외면하는 순남과 달리, 전도연은 피할 수 없다면 빨리 받아들이고 빨리 아파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순남이의 상황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순남이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었다”고 역할에 대한 애정을 표현, “내가 얼굴에 기미가 있는데 피곤하면 더 진해진다. 순남이 얼굴에 기미가 보이면 어떨까 싶어서 메이크업도 최소화했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덧붙였다.
촬영 현장은 마냥 슬프지 않았다. 전도연은 분위기 메이커였음을 고백, “적어도 분위기 메이커가 설경구일리는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 ‘슬픔을 계속 머금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려고 했어요.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슬픔에 빠져있으려고 하지 않았죠. 설경구도 나름 뭔가를 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유머코드가 안 맞았던 거 같아요. (웃음) 그게 설경구식 유머였나봐요.”
전도연은 “‘생일’은 슬픔을 감사함으로 바꿀 수 있는 영화다. 딸과 함께 ‘생일’을 볼 것”이라며 예비 관객들에게 ‘생일’을 추천했다.
“제가 출연한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가 많아서 아직 딸이 (제 영화를) 보진 못했어요. 띄엄띄엄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나오면 ‘엄마 나왔어’ 정도죠. ‘생일’은 전체관람가라 함께 보려고요. ‘생일’이라는 작품은 온기 때문에 저에겐 의미가 남달라요. 아프고 슬프자고만 하는 영화였다면 출연할 용기를 내지 않았을 거예요. 전혀 다른 이야기고 희망적이고, 힘든 상황을 감사함으로 바꿀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생일’은 4월 3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