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일의 인증샷. 사진출처=루리웹
인기만화가 양경일이 유명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만화작법을 올렸다가 ‘프로작가를 사칭한 초보’라는 의심을 받은 끝에 직접 이른바 ‘인증 샷’을 남겨 화제다.
최근 팬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가 “사칭하지 말라”라는 악플 세례에 마음을 다친 ‘임재범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양경일은 지난 18일, 만화-애니메이션 커뮤니티인 '루리웹'의 만화가지망생 게시판(만지소)에 '***웩'이라는 닉네임으로 '만화 그리기'이라는 글을 연재했다.
'얼굴편', '펜터치편', '인물편' 등 상세한 노하우를 설명하는 내용. 특히 청년에서 노인으로 변해가는 펜 터치 그림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실명을 밝히지 않은 그의 그림은 게시판 지기의 화를 샀다.
운영자 '씨**'는 “그림 도용하지 마라”, “선도 제대로 못 긋는 허접”, “프로를 동경하나본데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그림만 봐도 선이 괴발개발”이라며 매섭게 몰아붙인 것.
오랫동안 활동해온 '씨**'의 주장에 일부 이용자들도 동조했다.
운영자의 양경일 공격과 양경일의 답변. 사진출처=루리웹
양경일은 26일 오후 ‘물의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는 글을 올리고 “속상하지만 글은 지우지 않겠다. 이제 글은 안 쓰고 구경만 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분을 밝히라는 압박이 계속되자 마침내 27일 오전, '오해를 풀고 싶어서요'라는 글과 함께 ‘인증 샷’을 올렸다.
양경일은 “제 이름은 양경일로 만화한지 20여년 되가는 늙어가는 사람”이라며 “여기 분들은 아직 데뷔를 못한 분,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이 많아 도움 되는 분들 있을까 하고 써봤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어 “내 글을 좋아해주는 분이 계셨던 것 같아 실망시켜 드리기 싫었다”며 “계속 열심히 하시라”고 글을 맺었다.
함께 올린 ‘인증 샷’은 1월부터 연재를 시작할 새 만화 원고와 사인이다.
문제를 제기했던 운영자는 “게시판 내에 소위 ‘입 그림’(실력 없는 사람)을 그리는 사람이 많아 반감이 있었다”며 “경솔하게 행동한 부분 사과드리고 쪽지를 보냈다”고 사과글을 남겼다.
양경일은 댓글로 “쪽지 주시면 나중에 맛난 거 사드리겠다”라며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이며 훈훈하게 상황을 마무리했다.
누리꾼들은 “얼마 전 임재범 사건을 보는 것 같다”, “희대의 '역관광'인듯”, “인생은 실전이다”, “양경일 인간성 진국”, “저도 양경일 씨 욕하면 같이 밥 먹을 수 있나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양경일은 지난 93년 ‘소마신화전기’로 데뷔한 프로 만화가다. 대표작으로 ‘아일랜드’, ‘신암행어사’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활동 중이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