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리, 박찬욱 감독과 한편 더? “시나리오 읽어봐야죠”

입력 2016-06-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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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낯선 얼굴과 이름의 김태리. 하지만 영화 ‘아가씨’에 그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호평이 쏟아지지만 우쭐할까봐 “칭찬은 거부한다”는 당찬 김태리의 활약이 기대된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영화 ‘아가씨’ 당돌한 그녀 김태리


신방과 진학때만해도 배우는 별개의 삶
극단 생활도 베드신도…선택은 나의 몫
방목형 삶 익숙해 낯선환경 적응 빨라요

눈 높은 박찬욱 감독이 신작 ‘아가씨’에 신예 김태리(26)를 기용한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눈치 챘을 테고, 만약 김태리를 실제로 만난다면 감독의 ‘눈’이 정확했음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웃음 많고 목소리도 큰 김태리는 밝고, 씩씩하고, 당차면서도 일면 당돌하다. 만약 박찬욱 감독이 영화 한 편 더 찍자고 제안하면 응하겠느냐고 물으니 ‘한다’ ‘안 한다’ 같은 단순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나리오 읽어보고 결정해야죠. 감독님을 믿고 가도 되는지. 하하!”

‘태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가 아니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이 금방 이해됐다.

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그에겐 꿈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배우를 꿈꿔 본 적도, 그렇다고 영화를 즐겨 보지도 않았다. “연기를 하기까지 내 마음에 격류가 몰아친 순간은 없었다”며 “쉽게 선택하고, 주저하지 않는 성격대로 부드럽게 (연기자로)흘러왔다”고 했다.

호기심에 시작한 연극 동아리 활동에 대학 4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고 졸업하고는 대학로 극단(이루)에 들어가 막내 스태프가 됐다. ‘아가씨’의 오디션에 응시한 2014년 12월까지였다.

“물론 연극을 하다보면 돈에 대한 걱정은 생긴다. 그런데 나는 현실적인 고민에선 남들보다 무던한 편이다. 돈 없다고 못 살겠어? 죽지는 않잖아! 그러면서 지냈다. 남들은 뚝심이라는데, 나에게는 자연스럽다.”

연극에 심취해 지낼 때도, 극단 생활을 할 때도, 김태리의 뜻에 반대한 사람은 없었다. 부모도 마찬가지. “부모님은 철저한 방목형”이라며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했다. 연기 데뷔작으로 쉽지 않은, 상당한 수위의 베드신도 소화해야 하는 ‘아가씨’의 출연도 스스로 결정했다.

지금은 외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아가씨’ 시사회에 할머니는 청심환을 먹고 영화를 봤다. 할머니의 반응을 물으니 김태리는 “‘어허허’라고 하셨다”며 “청심환 덕분인지 괜찮았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배우 김태리.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태리는 “남들보다 환경이나 사람에 빨리 적응한다”고 말했다. 빈말이 아니다. 낯가림 없고 어느 자리에서도 쉽게 긴장하지 않는다. “‘아가씨’ 제작보고회를 처음 경험한 날은 엄청 떨었지만 이제 익숙해져서 웬만한 자리에서는 심장이 뛰지 않는다.” 당연히 촬영장 적응 속도 역시 누구보다 빨랐다.

“김민희, 하정우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자극을 받기보다는 주눅이 들었다. 상대 배우의 감정은 아주 큰데 내가 그에 맞게 대응하는지, 내 방법이 맞는지 잘 몰랐으니까. 다만 흔들리지 않으려 했다.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니까.”

김태리는 자신의 연기에 관한 평가는 일부러 확인하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칭찬이 많은 걸 알지만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거부한다. “칭찬을 들으면 마음에 헬륨 풍선이 하나 둘씩 생긴다. 붕 뜨려고 한다. 그러면 난 그 풍선을 하나 둘씩 터트린다. 칭찬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받아들일 때가 아니다.”

김태리는 최근 신인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를 가졌다. 단순히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당연히 남자들의 구애도 많았을 것 같지만 그의 고백은 달랐다.

“깊이 있는 분위기가 없고 말도 쉽게 하니까, 매혹적이지 않았나 보다. 진짜로 인기가 너무 없었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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