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소민이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아 입었다. 우아하고 도도한 예전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리고 친근한 여동생으로 변신, 출연하는 작품마다 시선을 강탈하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정소민의 연기 변신은 지난해 KBS2 드라마스페셜 ‘빨간 선생님’ 때부터 조짐이 보였다. 이전 작품들보다 안정된 연기력로 진가를 발휘했다. ‘빨간 선생님’은 80년대 경상도의 여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야한 금서를 둘러싼 인물들의 성장기를 다룬다. 정소민은 전교1등이자 19금 소설을 쓰는 여고생 장순덕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빨간 선생님’을 통해 명랑하고 권력자 앞에서도 기 죽지 않는 속 시원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이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지난해 KBS2 예능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부터 현재 방영 중인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까지 정소민은 어떤 옷이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지를 제대로 알아차린 듯하다. 그는 예쁘게 망가질 줄도 알고, 평범한 인생을 사랑스럽게 그려내기도 한다.
‘마음의 소리’에선 조석(이광수)의 여자친구 애봉 역을 맡아 망가졌다. 당시 정소민이 애봉 역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선 의문을 품었다. 다소 못생겨야하는 애봉이와의 싱크로율이 0%라는 문제와 직면했다. 하지만 정소민은 애봉이의 성격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외모적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아버지가 이상해’에선 큰 축을 담당한다. 매회 다음 회차를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을 차지하며 ‘정소민이 불쌍해’로 드라마 제목을 바꿔야한다는 시청자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에서 분한 변미영은 현실 속 사회초년생이다. 3년만에 늦은 나이로 취업에 성공, 엔터테인먼트 인턴사원으로서 성실하게 일하지만 아직 일에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등 시청자들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거나 또는 주변에서 볼 수 있음직한 모습을 그려낸다. 관계자는 “정소민은 변미영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위해 눈빛부터 말투, 리얼한 표정까지 섬세한 연기로 현실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일반 시청자들은 물론 실제 사회초년생들의 공감부터 응원까지 얻고 있다”고 전했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정소민은 비호감에 가까운 연기자였다. 시청자들의 호감도는 분량과 연기력이 반비례할 때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정소민은 데뷔 작부터 주인공이었고 ‘장난스런 키스’(2010) ‘스탠바이’(2012) ‘빅맨’(2014)을 통해 꾸준히 활동, 하지만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혹평을 더 많이 받아왔다. 결국 정소민이 ‘빨간 선생님’을 시작으로 ‘마음의 소리’ ‘아버지가 이상해’를 통해 이끌어내고 있는 호감도와 호평은 정소민이라는 배우가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은 배우 본인의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데뷔 7년만에 제 옷을 찾아 입은 정소민이 기특한 이유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