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홍경민 “‘흔들린 우정’으로 전성기 누렸지만 갈등도 많았죠”

입력 2017-11-0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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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1997년 1집 음반 ‘Dedicate’로 데뷔한 홍경민은 어느덧 20년 차 가수이자 방송인이 됐다. 2000년에는 ‘흔들린 우정’으로 큰 인기를 얻어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흔들린 우정’은 가요계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곡이기도 하다. 20년간 총 10번의 앨범을 냈고 드라마 ‘최고의 한방’, ‘프로듀사’, ‘사랑하는 사람아’, ‘도망자 이두용’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등에 출연했고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강심장’, ‘불후의 명곡’, ‘우리동네 예체능’등에서 맹활약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라디오 ‘홍경민의 자유선언’으로 DJ 도전을 하기도 했고 ‘두시탈출 컬투쇼’,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 ‘김창렬의 올드스쿨’, ‘정오의 희망곡’ 등에서 정규 게스트로 참여하며 입담을 발휘했다. 또한 뮤지컬 ‘동물원, 수줍던 날들의 이야기’, ‘新 행진, 와이키키!’, ‘오디션’ 등으로 무대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가수로서 끊임없는 콘서트로 팬들과의 만남도 꾸준히 가졌다.

이렇게 20년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홍경민은 세월의 흐름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성기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성공을 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지 않나. 되게 잔잔하게 여기까지 왔다. 데뷔하면서 3년은 가요계에 발 디딜 틈이 없어 너무 힘들었고 김창완 형님을 만나 ‘흔들린 우정’을 부르면서 2년은 잠도 못 자며 활동을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 비해서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가수생활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흔들린 우정’ 활동을 끝내고 군대를 다녀왔더니 서른이 됐더라고요. 후에 앨범이 크게 잘 된 건 없어서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하고 내레이션도 하고 뮤지컬도 하면서 10년을 보낸 것 같아요. 가수로서 아쉬운 부분이요? 분명 아쉬운 점도 있죠. 처음에는 ‘록’을 하고 싶어서 한국의 ‘본 조비’가 될 꿈을 안고 가수를 시작했는데 그 쪽으로 꾸준한 도전을 해보지 못한 거?”

그러면서 홍경민은 처음 가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출연하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이야기를 함께 꺼내며 “극 중 내용도 ‘광석’은 프로 가수의 세계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직장 등 문제가 있어 광석과 부딪힌다”라며 “나도 약간 비슷하다. 밴드 활동을 했을 때, 나는 ‘광석’ 쪽이었고 멤버들은 그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굳이 20년을 돌이켜보자면, 어릴 때는 밴드 생활이 너무 좋아서 정말 음악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이도 어린데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요즘에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통로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 때는 정말 가수가 되려면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부를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음악의 색과 방향은 달라졌어요.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인생에 있어서 뭔가를 얻으려면 놓아야 하잖아요. 그 덕에 지금까지 가수로 있을 수 있었고요.”


앞서 말한 대로, 홍경민은 데뷔 초반부터 이름을 알리진 못했다. 방송도 잡히질 않아 무대에 설 수가 없었고 자신의 노래를 알릴 수 있었던 기회가 적었다. 그럼에도 마음 속으로 전전긍긍하지만은 않았다고. 그는 “젊어서 그랬나, 그 때 분명 힘들었을 텐데 패기는 있었다. 도전 정신이 하늘을 찔렀던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던 그에게 하늘과도 같은 기회가 왔으니 바로 김창환 프로듀서와의 만남을 갖게 된 것. 당시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하나인 김창환과 손을 잡으면 가수로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홍경민은 김창환과의 만남을 거절했다. 이 이야기를 꺼낸 홍경민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무슨 정신으로 그 형의 제안을 거절했는지”라며 웃었다.

“그 때 김창환 형님이 저와 함께 댄스 음악을 한 번 해보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냥 안 하겠다고 했어요. 왜냐면 저는 ‘록’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이건 지금 YG 양현석 대표나 JYP 박진영 대표가 그냥 아무나 붙잡고 가수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거절당한 경우랑 비슷한 거예요.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 ‘참 어이가 없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을 때가 있어요. 치기 어린 생각으로 그런 거죠. 왜 젊을 때, 한 번씩 그럴 때가 있잖아요. 하하.”

결국, 홍경민은 김창환과 손을 잡았고 ‘흔들린 우정’을 발표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발적인 인기는 곧장 그의 스케줄로 이어졌고 해가 뜨기 전에 눈을 뜨고 다음 날이 되야 하루 일과가 마쳤다. 약 2년간 이러한 스케줄이 이어졌다. 큰 사랑에 감사했지만 동시에 스트레스와 피로가 겹쳐 나름의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예전에 토크쇼 나가면 유명 연예인 분들이 하루에 비행기를 5~6번씩 탔다고 하시잖아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에요. 저도 새벽에 부산을 내려갔다가 포항 그리고 대구 갔다가 서울에 가는 걸 하루에 다 했으니까요. 그렇게 생활하니 ‘내가 지금 뭘 하는 건가’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인데 ‘흔들린 우정’이 그렇게 부르기 싫더라고요. 제가 그 노래로 사랑 받은 것은 참 좋은데 마음 속에 부르고 싶은 노래는 따로 있으니까요. 남들이 보면 철없다 하지만 그 때 제 스스로 참 힘든 고민거리였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에게 아직까지 ‘록’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는 듯 했다. 홍경민은 “한 번쯤 고민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언제나 노래하고 싶어요. 전 가수니까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하고 싶죠. 하지만 현실에 대한 제약도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게 우선이에요. 제 고집대로만 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또 모르는 일이지 않을까요? 제가 꿈꾸던 ‘본 조비’같은 음악을 하게 될지요? (웃음)

→베테랑 토크③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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