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중간결산②] 정일성·김지미·박찬욱·고레에다 히로카즈, 거장들이 빛낸 부산

입력 2019-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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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를 맞아 뜻깊은 행사 등을 준비했고 박찬욱, 코스타 가브라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들을 초대해 영화 팬들, 미래의 영화인들과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우선,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인 정일성 촬영감독이었다. 이번 회고전을 통해 ‘화녀’부터 ‘만다라 ’, ‘만추’, ‘본 투 킬’ 등 7편이 소개가 됐다. 이번 회고전으로 그의 촬영이 얼마나 한국 영화사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 근현대사 등을 몸소 겪은 그는 자신이 영화 인생 역시 격변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전국 무정부 상태, 남북 분단, 독재정권으로 인한 4·19 혁명, 5·18민주화운동. 12·12사태 등 긴장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겪으면서 어떻게 이 시대의 영화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일성 촬영감독은 영화를 한 지 60년이 됐고 숱한 화제작을 탄생시킨 주역이지만 “쓰레기통에 던지고 싶은, 필모그래피 중 부끄러운 영화들이 교과서가 됐다”라고 말하며 대표작을 언급하기 어려워했다. 그럼에도 그는 “내게는 실패한 영화가 좋은 교과서가 됐다”라고 말했다.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비프 빌리지에서는 ‘김지미를 아시나요’의 특별전의 주인공 김지미 등 한국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영화인들의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김기영, 임권택 감독 작품 등을 비롯해 7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고 영화제작자로도 활약했던 김지미는 영화 ‘황혼열차’로 함께 한 안성기, 그리고 후배 전도연과 함께 배우로서의 추억과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지미는 “한국영화발전에 부산시민의 열정이 극성스럽다고 할 정도로 대단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렇게 오랜동안 개최하게 된데는 여러분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김지미는 배우는 성별에 관계없이 연기로만 보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안성기와함께 한 시간에서 김지미는 “나는 여배우에게 모든 걸 연기자로 끝을 내라고 이야기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일류가 되지 못한다. 좋은 배우라면 남자, 여자의 구분이 생기지 않는다”며 “자존심을 가지고 자존감을 가지고 연기만 보고 가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을 쳐다보지 말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도연과의 대화에서는 “인기를 위해, 상을 타기 위해서 연기를 한 건 아니다. 연기하다 보니 인기를 얻고 상을 타게 되더라. 배우는 감독의 표현 소재이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해야 하는 게 기본 아닌가”고 라며 소신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5일과 6일 관객들, 그리고 미래의 영화인들을 만났다. 특히 6일은 오전과 오후에 각각 ‘코스타 가브라스& 박찬욱 감독’ 오픈 토크, ‘필름 메이커 토크 : 박찬욱과의 대화’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지금 프랑스에서 ‘흡혈귀’에 관한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상영작 중 하나가 박찬욱 감독의 ‘박쥐’다. 최근 다시 봤는데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드보이’, ‘박쥐’, ‘스토커’, ‘아가씨’ 등 이렇게 4편만 봐도 다른 세계를 가진 영화다. 어떻게 한 감독님이 4개의 다른 감수성, 세계관, 독창성을 가질 수 있는지 놀랍다”라고 극찬했다.

박찬욱 감독은 코스타 가브리스 감독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미싱’(1982)을 꼽았다. 그는 “쿠데타가 일어난 칠레를 배경으로 실종된 아들을 찾아 헤매는 미국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울면서 봤던 영화다. 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여정을 과장하지 않은 채 그린 작품이다. 가브라스 감독의 작품은 한국인들에게 남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생각이 드는 작품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신작을 봤는데 20대 감독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로도 비판 정신이 날카롭고 영화에 대한 에너지가 화산처럼 터진다”라며 “나이 든 예술가들은 보통 현인이 된 것처럼 작품이 조용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브라스 감독의 작품은 분노가 있고 용서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필름메이커 토크 : 박찬욱과의 대화’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작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를 만든 과정을 미래의 영화인들에게 전했다.

먼저, 박찬욱 감독은 “금자씨가 복수극의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결국 다른 사람들의 복수극이었다. 이것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였다. 그들이 어떻게 해서 금자씨가 마련한 무대에서 복수의 드라마를 펼쳐가는 중심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사람들을 복수하는 장면이 제가 만든 영화들 중에 잘 구현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요소들이 조화롭게 결합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에 대해 작물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작품을 구상하고 찍기까지 10년 걸렸는데. 그 사이 다른 영화도 만들었지만 머릿속으로 햇볕도 주고 물도 주면서 키워온 작물 같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쥐’는 만들기까지 가장 오래 걸린 작품이다. 7년 전 뱀파이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숭고하고 선한 일을 하고 싶었던 신부가 잘못돼 뱀파이어가 됐다. 그런데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금지된 사랑을 하는 이야기”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애정에 미쳐 광기에 벌인 행동이 한계까지 갔을 때, 하나의 피가 된다는 궁극적인 단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에 대한 완성으로서 혀의 상처를 내서 키스를 해서 자신의 피를 흡혈하게 해준다. 키스 중에 키스가 아닐까. 영화 역사상 궁극의 키스를 선보이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역시 새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로 부산을 찾았다. 지난해 ‘어느 가족’으로 칸 국제영화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라 관심이 뜨거웠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감독의 명성답게 올해 영화제 최대 화제작이다. 프랑스 명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쥘리에트 비노슈가 주연해 모녀 사이에 감춰진 비밀과 갈등, 화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모국어로 연출하지 않은 첫 번째 작품이자 첫 해외 올로케이션 작품으로, 세계적인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가 출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날 “10여 년 전에 배두나와 작업할 때 느끼기도 했다. 작업을 진행할수록 언어적인 의사소통 부분은 필요가 없더라. 자연스럽게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언어를 뛰어넘는 재미를 느꼈다”고 예를 들며, “나는 일본어밖에 못하지만 이번에 뛰어난 통역사를 만났고, 6개월간 현장에서 함께 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능한한 직접 언어로 소통을 못하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손편지로 나의 생각을 전했다. 이 방식은 평소 일본에서도 이용하고 있다”라고 프랑스 배우들과의 소통 과정을 추억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유에 대해 “5년 전에 부산영화제가 정치적 문제 등으로 개최되기 어려웠던 상황이 있었다. 전세계 영화인들이 부국제에 대한 지지 목소리를 냈었고, 나도 연대 의지를 표명했다. 잘 극복해 부산 영화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당시 표현의 중요성을 느꼈다”며 “마찬가지로 현재 한일 관계에서도 내가 이 자리에 온 이유”라고 영화인으로서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부산|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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