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율3위레이번,승리는어디에..

입력 2008-05-04 08: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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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유의 외국인 용병 스카우트 파문까지 일으키고 SK에 입단한 케니 레이번은 그 명성에 걸맞게 시즌 초반부터 엄청난 상승세로 다승 선두를 질주해 나갔다. 개막전 류현진과의 맞대결이 12회 연장으로 가는 바람에 아깝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그 후 6경기에서 모두 다른 팀을 상대로 승수를 쌓았고 5월 20일 현대 전에서만 승리를 거둔다면 개막 후 9경기 만에, 딱 7승으로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레이번이 7이닝 무실점으로 기반을 닦은 그 경기는 아쉽게도 SK가 9회에 2실점으로 동점이 되면서 물거품 됐지만, 레이번의 승수 쌓기는 그 만큼이나 놀라웠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는 어떨까? 역시 개막전 선발로 SK의 에이스 자리를 재확인한 올해 그는 7경기에 나와 38.1이닝에서 방어율 2.35로 방어율 부문 리그 3위에 올라있다. 1,2위가 같은 팀의 김광현, 채병룡임을 감안하면 다른 팀의 그 어떤 투수도 레이번보다 방어율이 좋은 투수는 없으니 올해도 그 위력을 변함없이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승리는? 지난해 7경기에서 6승을 달렸던 레이번, 하지만 올 시즌은 단 1승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일 롯데와의 시즌 2번째 경기에서 6.2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던 경기가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다른 경기에서 못 던진 것도 아니다. 빼어난 방어율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첫 경기에서는 무너졌지만, 그 후 6경기에서 모두 2실점 이하의 짠물 피칭으로 상대를 묶었다. 또 그 중 4번은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해와 정반대의 승운을 타고 있는 레이번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만 나오면 안 터지는 방망이 투수는 아무리 잘 던져도 팀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승리투수도 될 수 없고, 심지어 퍼펙트를 하고도 인정받을 수가 없다.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SK타자들이 뽑아준 점수는 3.21점으로 리그 득점지원 랭킹으로 본다면 4번째로 낮은 순위이다. 그나마 4월까지는 2.68점이었다. 그렇다고 팀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벌써 시즌 5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광현과 채병룡은 각각 6.81과 4.74의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 타자들이 이 둘이 등판했을 때 레이번의 선발 경기에서 칠 것까지 몰아서 쳐주고 있는 형국이니 그에게는 승수 챙기기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나만 나오면 불지르는 불펜투수들 하지만 계산상으로 보면, 아무리 그가 3.21의 득점지원을 받든, 그게 리그에서 4번째로 낮은 기록이든 간에 어차피 그가 마운드에서 2점밖에 주지 않고 있으니 승리를 챙겨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승리는 이기고 있을 때 물러난다고 무조건 주어지는 게 아닌 법. 그 뒤에는 불펜투수들이 그의 승리를 앗아가고 있었다. 지난 25일 KIA와의 경기가 가장 아쉬웠다. 조범현 감독의 글러브 색깔 어필로 심기가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간 레이번이었지만,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인해 가득염이 흔들리고 김강민이 에러를 남발하는 통에 4-1의 리드가 동점이 돼 승리를 날렸다. 바로 앞선 경기에서도 두산에게 5회까지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2-0의 리드를 가져가고 있었으나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해 마운드에서 물러나고, 그 때문에 계획도 없이 등판했던 이영욱이 곧바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 역시 승리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뭐.. 지지리도 승운이 없는 투수. KIA의 윤석민은 지난해 4월 17일 7이닝동안 단 1개의 안타, 그리고 단 1점의 자책점도 없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김종국의 실책이 점수와 연결됐기 때문이다. 그 당시 상대가 바로 SK, 그리고 레이번이었다. 행운과 불행은 돌고 도는 것일까? 하지만 레이번이 승리투수가 되고 그렇지 못하고와 상관없이 SK는 레이번이 선발로 나온 7경기에서 6승 1패를 거두고 있다. 무려 .857의 승률, 올 시즌 SK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승률(.778)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레이번 경기의 승률은 그것보다 더 좋다. 팀의 승리를 불러오는 게 에이스의 몫이라면 승수와 무관하게 그는 여전히 SK의 확고한 에이스인 셈이다. 물론 레이번에게도 승리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7경기 38.1이닝에서 볼 수 있듯이 레이번이 소화하는 이닝은 경기 당 5.2이닝이 채 되지 않는다. 던져주는 이닝 수가 많아야 승리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실제 가장 최근 경기였던 5월 1일 한화 전에서 SK타자들이 일찌감치 4-0의 리드를 안겨줬지만 곧바로 클락과 이범호에게 홈런을 얻어맞는 등 불안정한 피칭을 거듭한 끝에 여전히 2점의 리드가 있었음에도 5회를 채 마치지 못하고 정우람과 교체됐다. SK는 선발이 일찍 내려가는 바람에 마무리 정대현이 8회부터 나와야 했고, 결국 9회 블론 세이브를 기록해 팀을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해에 비해 레이번의 위력이 감소했다는 의견도 있다. 확실히 올 시즌 레이번의 구위가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투구 이닝이 줄고 있는 것 역시 타자들을 제압하지 못해 투구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부문의 투수 랭킹을 SK 마운드가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팬들의 시선은 이미 김광현과 정대현에게 향하고 있다. 레이번에게 에이스의 에이스다운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울 기록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재근 mlb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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