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꿈어깨동무,아름다운서바이벌

입력 2008-05-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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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의 태극신궁 만점 향한 행진곡 양궁대표팀은 4월20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포레치에서 막을 내린 2008년 제2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여자개인), 동메달 3개(여자단체·남녀개인)를 땄다. 다른 종목이라면 칭찬 받아 마땅했겠지만 ‘메달밭’ 양궁이라 달랐다. 베이징올림픽을 불과 100여일 앞둔 상황, 귀국직후 대표팀에게는 우려의 화살이 쏟아졌다. 양궁협회는 4월25일 비상회의까지 소집했다 ○월드컵은 선발전의 일부일 뿐 주몽의 후손이라 활을 잘 쏜다는 말은 부족하다. 그렇다면 로빈 훗의 자손 영국과 윌리엄 텔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스위스도 잘 쏴야 한다. 남자대표팀 전인수(43·울산남구청) 코치는 “우리 선수들은 치열한 국내선발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강하다”고 했다. 88년 서울올림픽 2관왕 김수녕(37)이 “연장서 10점을 쏘고 안심했는데, 상대가 정중앙에 더 가까운 10점을 쏴 선발전에서 탈락한 적이 있다”고 회상할 정도. 2007년 10월 남녀 256명이 함께 출발한 올림픽대표선발전. 1·2·3차 선발전을 통해 남녀 각 4명씩만 남았다. 이제 1,2차 최종평가전과 2,3차 월드컵 점수의 합산으로 남녀 각 3명씩 최종 대표를 선발하는 일만 남았다. 2차 월드컵은 개인전 점수만 대표 선발에 반영됐다. 선수들의 목표는 일단 올림픽 출전. 개인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코칭스태프로서도 2차 월드컵을 앞두고 단체전 연습에 중점을 두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대표팀은 개인전 예선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여자부에서는 윤옥희(23·예천군청)가 1위, 박성현(25·전북도청)이 3위, 주현정(26·현대모비스)이 4위였다. 남자도 4명의 선수가 모두 8위 이내의 성적을 기록했다. 개인예선점수합산으로 매겨지는 단체전 시드배정에서 남녀 모두 1번을 받았다. 여자단체가 4강에서 중국에, 남자단체가 16강에서 터키에 덜미를 잡혔지만 기록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단체 금메달 주역인 박경모(33·계양구청)와 임동현(22·한체대)도 “다른 나라의 수준이 올라온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단체전)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라며 덤덤하게 넘겼다. 이창환(26·두산중공업) 역시 “오히려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됐다”며 각오를 다졌다. 남자대표팀 장영술(48·현대제철) 감독은 “올림픽 이전의 대회는 금메달로 향하는 과정으로 봐 달라”고 했다. 월드컵을 선발전의 한 부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말아달라는 것이다. 월드컵은 금 싹쓸이 워밍업일 뿐 결정적 찰나엔 우리가 세계 최강 8명중 2명은 베이징행 탈락 운명 하지만, 팀워크는 남매 안부러워 최종선발 후부턴 실전 훈련 돌입 中관중·야유까지… 활샐틈 없다 ○최종선발 이후에는 실전훈련 돌입 두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하나는 똑같이 활을 쏘는 것인데 과연 단체전과 개인전이 그렇게 다른 것인가, 또 하나는 국제대회에서조차 서로가 경쟁자라면 팀 분위기가 저해되는 일은 없는가. 단체전은 3명이 4회에 걸쳐 2발씩 쏜다. 육상계주처럼 순번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주현정은 “앞 선수가 못 쏘면 만회해야 하니 부담스럽고, 잘 쏘면 나도 잘 쏴야겠다는 생각에 부담스럽다”고 했다. 여자대표팀 문형철(50·예천군청) 감독은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면서 “일단 여러 조합으로 연습을 해 본 뒤 최상의 순번을 짜겠다”고 밝혔다. 최종 3명이 확정되면 메달 가능성이 더 높은 단체전 위주로 훈련을 할 계획. 선발이후에는 미디어 훈련에도 돌입한다. 장영술 감독은 베이징에서 관중들의 모습과 함성소리까지 태릉으로 옮겨왔다. 관중사진을 확대, 양궁장에 대형 현수막으로 부착했다. 음향효과는 “이길 때 쏜 9점과 질 때 쏜 9점의 응원 소리가 다르다”고 얘기할 정도로 정교하다. ○팀워크도 문제없다 4월28일, 최종1차평가전을 이틀 앞둔 날. 대표팀의 표정은 밝았다. “(곽)예지, 너 묻어가지 말랬지?” 틈만 나면 장난을 치고 싶은 16살. 곽예지(대전체고)가 활이 자기 몸에 맞지 않는다고 애교 섞인 투정을 늘어놓다가 문 감독에게 혼이 난다. 주현정은 “감독님은 엄할 때는 엄하시지만 잘 다독여 주시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덕분에 대표팀에는 격의가 없다. 활을 내려놓는 순간 모두 친남매가 된다. 연습 중간 정겨운 수다와 함께 떡볶이 즐기기도 하고 연습이 끝나자 김재형(18·순천고)과 임동현이 서바이벌총을 들고 총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오빠, 빨리 주세요.” “야, 붙지 마. 기자님 오해하셔.” 이창환은 곽예지의 핸드폰을 꼭꼭 숨겨두고 안 가져간 듯 장난이다. 하지만 이틀 뒤 평가전이 시작되자 이들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박성현은 얼음공주가 됐고, 장난기 많은 곽예지도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4월 초, 김원정(27·대구서구청)이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6월에는 누군가 태릉숙소를 비워야 한다. 하지만 김보람(35·두산중공업)이 김원정을 다독였던 것처럼 양궁장 밖에서 또 그들은 오누이가 될 것이다. 선수들은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조심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메달을 많이 따서 최고가 아니다. 경쟁자의 마음까지도 헤아릴 줄 알기에 최고였다. 태릉=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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