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감독“이래도안볼래?독한맘먹고연출”

입력 2008-05-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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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얘기를….” 흥행의 예상 수치를 묻자 강우석 감독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2002년 ‘공공의 적’과 이듬해 ‘실미도’ 그리고 2005년 ‘공공의 적2’ 개봉을 앞두고 늘 실제 흥행 성적에 가까운 예상치를 내놓았던 그가 이번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는 여전한 자신감을 은근히 드러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영화의 부흥을 이끌며 ‘충무로 파워맨’의 이름에 값하는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그는 한국영화의 한 상징으로서 지금,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나친 자신감은 관객에게 거부감일 수 있다”는 그가 ‘공공의 적’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강철중: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로 돌아온다. 6월19일 개봉하는 ‘강철중’을 통해 다시 한 번 한국영화의 중흥을 노리는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강우석 감독은 ‘강철중’의 편집 작업을 마치고 이제 막 녹음실로 프린트를 넘겼다고 했다. “할 만큼 했다. 오랜만에 물을 만난 것 같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강 감독은 ‘투캅스’의 한 연장선으로 이어지는 대표작 ‘공공의 적’을 다시 꺼내들었다. 1, 2편의 흥행 이후 다시 웃음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그는 “정말 긴장하고 떨면서 찍었다”고 말한다. - 이번에는 정재영이 ‘공공의 적’이 됐다. “1, 2편에서는 처음부터 미운 놈으로 보이게 했고 그 점에 대한 관객의 동의를 얻어가는 식이었다. 이번엔 다르다. 악은 악인데 이유가 있다. 왜, 정말 나쁜 놈인데 잡히고 나면 안타깝게 보이는 그런 놈 있지않은가. 강철중이 워낙 단순해보여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그릴 필요가 있었다. 한 마디로 입체적인 캐릭터다.” 그러면서 강우석 감독은 ‘투캅스’의 기억을 꺼냈다. “관객의 표정을 기억한다. 정말 즐거울 때 나오는 웃음, 살아있는 웃음이었다. 그 때 그 웃음을, 이번에도 관객들이 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 ‘강철중’ 설경구는 어떤가. “뭐, 지가 다 알아서 하니까. 오히려 오버만 하지 말라고 했다. 1편을 극복하려고 너무 애쓰다 보면 튈 거라고 했다. 다 찍고 나니 눈빛에서 정말 재미있게, 잘 찍었다는 표정이 드러났다. - 장진 감독이 각본을 썼다. “그가 없었다면 이 영화 못했다. 10년을 함께 해왔다. 내가 원하는 영화가 어떤 건지 잘 안다. 네가 연출할 영화가 아니라 내가 감독하는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딱 내 스타일에 맞춰 각본을 써줬다. 1편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자기 장점을 잘 살려냈다.” - 주위 기대도 그렇고, 한국영화의 부활이라는 큰 짐을 진 것 같다. “업보다. 한때 감독으로만 살자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실미도’ 끝내고 제작에서는 손을 떼자고 가족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되나? 이런 넋두리를 한 적이 있다. (한국영화가 잘돼) 다들 흥청망청 놀 때는 공유하지 않다가 힘들어지니까 ‘판을 살려라’ 그런다. 돈 빌려 찍었다. 이번에 안되면 난 자동 퇴출이다.(웃음) 최악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을 강구한 느낌이다. - 돈을 빌렸다고? “그럼. 개인 이름으로 다 빌렸다. 그 돈으로 ‘강철중’, ‘신기전’, ‘모던보이’ 찍었다. 다 갚아야 한다. 사실 주위에서 걱정 많이 했다. 하지만 마지막인데 한 번 해야지 그런 마음이었다. 내가 안 나서면 ‘모던보이’, ‘신기전’에 돈을 대지 않겠다는데 어떻게 하나, 해야지! 벼랑 끝이다. - 한국영화가 위기라고들 말한다. “재미가 없잖아! 우리가 못 만들었다. 식상하다. 조연할 배우가 주인공되고 조감독할 사람들이 다 감독됐다. 제작실장급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프로듀서가 됐다. 당연히 퀄러티가 떨어졌다. 제작편수가 많아진 후유증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족의 탄생’ 같은 좋은 영화도 흥행이 안됐다. 총체적으로 난관이다. 언젠가 한번 겪을 일이었다. 극복해야지, 언제는 환경이 좋았나! 한 영화가 왕창 먹는 것보다 500만, 300만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 “‘강철중’은 이래도 영화 안 볼래? 그런 마음이다. 다 웃기고 싶다”면서 “농담으로라도 ‘그만해야지’라는 말을 잘 안한다. ‘왜 다 떠안나. 혼자 해라’ 그런 말도 듣지만 어떻게 나만 먹고 사느냐”는 강 감독의 표정은 사뭇 엄중하기까지 하다. - 앞으로 계획은. “당분간은 작은 영화 찍고 싶다. 육체적으로도 많이 지쳤다. ‘강철중’을 시작으로 7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8월 ‘신기전’, 9월 ‘모던보이’가 개봉한다. 여름부터 추석 사이 한국영화들 성적이 투자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 같다. “언제는 환경이 좋았냐”라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지는 강우석 감독. ‘강철중’은 그에게 또 다른 앞날을 계획하게 하는 출발점이 될 모양이다. “엎어지고 말장난하는 코미디가 아니라 가장 정상적이면서도 큰 웃음을 웃게 하겠다”는 포부 만큼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이 그려낼 진폭의 크기와 넓이가 궁금해진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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