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실업6개팀‘그들만의리그’

입력 2008-05-0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항공과 한국마사회(KRA)의 여자부 결승전. 양팀 4번주자 고소미(대한항공)와 김숭실(KRA)이 맞붙었다. 세트스코어 1-2로 지고 있는 고소미는 이 세트를 반드시 따야하는 상황. 10-7로 앞선 고소미가 서브를 넣었다. 김숭실의 리시브, 그에 이은 고소미의 3구째 공격. 지름 40mm의 작은 탁구공이 상대편 코트에 꽂혔다. 기어코 2-2 동점을 만든 고소미가 벤치로 와서 땀을 닦으며 김무교 코치의 조언을 듣는다. 그런데 가만. 점수판을 넘기는 부심이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맞은 편에 있어야 할 주심도 보이지 않는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선수와 지도자들 뿐. 8일 오후 경기도 용인 삼성생명 탁구단 체육관에서 벌어진 희한한 풍경이다. 삼성생명과 대우증권(이상 남녀), 대한항공과 KRA(이상 여자) 등 실업 6개팀은 탁구협회가 주최하는 제54회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대회에 등록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청서를 내고도 참가하지 못했다. 이들은 천영석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협회의 예산부실을 부당한 등록비를 통해 각 팀에 부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개월 간 땀을 흘리며 대회를 준비해 온 선수들은 졸지에 실력 발휘할 무대를 잃어버렸다. 이에 실업팀들은 삼성생명 체육관에서 하루 간 ‘그들만의 슈퍼리그’를 치르기로 했다. 공식 대회는 아니지만 코트에 선 선수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대한항공 김정현(23)은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처음엔 조금 가볍게 생각한 것이 사실이지만 막상 코트에 들어서니 다들 승부욕이 불타 돌변하더라”며 “오늘 곽방방에게 1-3으로 졌는데 다음에 꼭 설욕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은 “의욕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보니 질적인 면에서 결코 떨어지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신청서를 내고도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앞으로 이런 대회를 정례화해야 될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용인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