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올인주인공’차민수4단지지옥션배초반4연승

입력 2008-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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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의 주인공 차민수 씨는 세계적인 포커 프로플레이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사실이 있으니, 그는 프로 갬블러이기 훨씬 이전에 프로바둑기사라는 것입니다. ‘본업’이 되어버린 포커에 전념하느라 공식 대국장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프로기전에 참가해 ‘나 아직 죽지 않았어’하고 무언의 한수를 보여주곤 하지요. 그런 차민수 4단이 요즘 바둑판 위에서 펄펄 날고 있습니다. 제2기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에서 시니어팀의 첫 타자를 자원하고 나서더니 무려 4연승을 덜커덕 거둔 것이지요. 지난해 여류팀에게 톡톡히 망신을 당했던 시니어팀으로선 차민수 4단의 뜻하지 않은 초장바람이 그저 흐뭇하기만 합니다. 반면 여류팀 진영엔 비상 사이렌이 왕왕 울립니다. 조훈현, 서봉수, 최규병, 양재호 등 이름만 들어도 으스스한 고수들이 즐비하게 버티고 있는 판에 ‘뜬금없는(?)’ 차민수 4단에게 발목이 잡혀 귀한 탄환들이 줄줄이 낭비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난해 만들어진 지지옥션배는 ‘노땅’ 남자 기사들과 젊디젊은 처자들 간의 대결구도로 판을 짜 팬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던 기전입니다. 한 구석에서는 ‘원조교제 기전’이라며 쿡쿡대기도 하지요. 물론 반상에서는 교제는커녕 시퍼런 불만 번쩍번쩍 하지만요. 지지옥션배는 요즘 바둑대회의 새로운 트렌드를 대표하는 기전입니다. 즉, ‘속기화’, ‘이벤트화’라는 2대 트렌드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지요. 모든 프로기사들이 출전하는 토너먼트방식으로 예선을 치르고, 예선을 통과한 사람들과 시드자들이 경합하는 본선, 그리고 결승전이라는 ‘틀에 박힌’ 공식을 과감히 탈피해 기전을 하나의 이벤트처럼 포장한 것이 팬들에게 ‘먹혔다’는 얘기입니다. 지지옥션배를 기획한 한국기원의 모 담당자는 요즘도 ‘지지옥션배 재미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답니다. 4연승을 거둔 차민수 4단은 “포커와 바둑 중 어느 쪽이 더 재미있나?”라는 질문에 “물론 바둑이다. 프로기사지만 프로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바둑을 사랑하고 아낄 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마치 포커 패를 감춘 것처럼 알 듯 모를 듯한 소감이었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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