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프리토킹]파울라인밟으면야구인생OUT?

입력 2008-05-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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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들은 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 포지션 경쟁, 타팀과의 경쟁, 때로는 자신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주전으로 자리를 굳히고 높은 연봉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적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페이스가 좋다 싶으면 그런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된다. 이런 노력이 지나치다 보면 하찮은 버릇이나 행동 등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되고, 이는 스스로를 징크스로 이끌게 된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인정하는 징크스가 존재하고, 자신 만이 갖고 있는 징크스도 있다. 냉엄한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애환이 얽혀있는 선수들의 징크스를 살펴봤다. 모든 선수들에게 불문율로 돼 있는 확고한 징크스 중의 하나가 투수가 노히트 경기를 진행 중일 때 덕아웃의 누구도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누구든 이에 관련된 얘기를 한다면 최소한 동료들 사이에서의 ‘왕따’를 감수해야 한다. 필자도 메이저리그 경기를 1000회 가량 중계하고 있지만 6회 이상(미국 현지에서 6회까지 노히트가 진행 중이면 다른 중계를 하는 지역에서는 일제히 이같은 소식을 전해주며 계속 그쪽 경기 소식을 전해준다)노히트가 진행되는 경우 ‘이를 얘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있다. 아직 노히트 경기를 중계하는 행운을 얻지는 못했는데 노히트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 한편으론 처음부터 경기를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유일한 퍼펙트게임의 주인공 돈 라센이 퍼펙트가 진행되자 이런 징크스를 믿지 않았던지 덕아웃에게 자기 스스로가 상황을 언급했고 동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그의 주변을 모두 떠났다고 한다. 그의 실수(?)보다 동료들의 도움이 컸던지 라센은 퍼펙트란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과거 OB 베어스를 원년 우승으로 이끈 김영덕 감독은 연승 중일 때 속내의를 갈아입지 않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우리 히어로즈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광환 감독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연수할 당시 화이티 허조그 감독은 이 감독을 ‘행운의 사나이’라며 라인업을 제출하기 전에 그의 유니폼에 라인업 카드를 문지르고 제출했다고 한다. 또 메이저리그 중계를 본 분들이라면 이닝이 교체돼 투수가 덕아웃으로 향할 때 파울라인을 밟지 않고 훌쩍 뛰어넘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미국에서 뛰던 서재응 같은 선수들은 국내에 들어와서도 이런 징크스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은 아무리 포수와 주심과의 간격이 넓게 벌어져 있어도 절대 그 사이를 통과하지 않는다. 왜? 이유가 정확하지 않아도 재수가 나빠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수 개개인도 다양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과거 레니 다익스트라는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면 배팅 글러브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 물론 출루를 하게 되면 쓰던 글러브를 계속 사용했다. 과거의 슬러거 숀 그린은 유태인이긴 하지만 홈런을 치면 배팅 글러브를 자신의 덕아웃 바로 뒤의 어린 팬에게 던져주곤 했다. 은퇴한 투수 터크 웬델은 징크스가 지나쳐 원주민 주술사가 착용하는 듯한 동물의 이빨로 엮은 목걸이까지 걸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은 3000안타를 돌파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웨이드 보그스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경기가 잘 풀리든 그렇지 않든 보그스는 시즌 중 모든 생활이 징크스 그 자체였다. 매일 같은 시간에 기상하고 내야 그라운드 볼을 잡는 훈련을 할 때도 정확히 150개의 타구만 처리했다. 전날 3개의 에러를 범했더라도 이는 불변이었다. 그리고 경기가 있는 날은 꼭 닭고기 요리를 먹었다. 단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또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히브리 심볼로 ‘인생’을 뜻하는 차이를 그라운드에 그렸다. 야간경기를 할 때 타격연습은 정확히 5시 17분에 시작했다. 그리고 가벼운 달리기는 꼭 7시 17분에 뛰었다. 그렇게 하면 7타수 7안타를 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런 버릇이 워낙 유명해서 토론토의 계기판을 조작하는 직원이 보그스의 징크스를 깨뜨리기 위해 전광판 시계를 조작해 7시 16분에서 7시 18분으로 바로 건너 뛰게 한 적이 있을 지경이었다. 홈경기 때 집에서 경기장으로 가는 길도 늘 같았다. 사고가 나든 길이 막히든 경로를 바꾸지 않았다. 이런 스스로의 징크스에 충실한 효과(?)가 있었던지 보그스는 5차례 타격왕에 올랐고, 0.328이라는 높은 통산타율을 기록했다. 이런 징크스들은 미신에 불과하겠지만 결국 정신적인 측면에 안정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선수와 감독들의 승리와 기록 향상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수 있다. 어떤 징크스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고 본인에게 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면 굳이 막을 이유도, 비웃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런 징크스를 통해 좋은 기록이 탄생한다면 오히려 팬들 입장에서 ‘징크스 만세’를 외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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