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마시는와인]상쾌한스파클링…伊맛이‘아스티’

입력 2008-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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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테라스가 있는 와인 바에서 김은정을 마주하고 앉는다.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을 고스란히 맞고 있노라니 왠지 버블이 기분 좋게 튀는 스파클링 와인이 마시고 싶어진다. 이심전심일까. 김은정이 갖고 온 것은 ‘간치아 아스티(Gancia Asti)’라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밝은 초록빛이 인상적인 병에서 따라져 나온 볏짚 색상의 액체가 잔을 채운다. 잔에서 뛰쳐나오려는 버블의 움직임이 생동감을 준다. 잔을 갖다대자 얼굴까지 튀는 게 마치 낚시로 갓 잡아 올린 송어 같다. 한 모금 넘기자 꿀 같은 달콤함이 신선한 꽃 향과 함께 기분 좋게 온 몸에 퍼진다. “어때, 괜찮지. 요즘 같은 날씨엔 딱 아냐? 난 기분 좋은 햇살을 맞으며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게 너무 행복해. 얘는 이탈리아의 간치아라는 회사에서 만든 건데 플로럴, 오렌지, 허니 향이 복합적으로 풍기는 데다 섬세하고 달콤하게 넘어가는 버블이 기분을 제대로 ‘업’ 시키지.” “와우∼ 정말 맛있는데. 어쩜 넌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아니. 남자 친구가 너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사람이 어딘가에 있겠지. 그건 그렇고 재미난 얘기 하나 해줄까. 저번에 ‘모엣 샹동’ 마시면서 샹파뉴 지역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에만 샴페인이라고 붙인다고 했잖아. 그래서 프랑스 이외의 나라에서는 발포성 와인을 부르는 다른 명칭이 있어. ‘아스티’가 바로 그런 경우지.” “나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 뭐였더라. 스페인은 ‘까바’, 독일은 ‘젝트’, 그리고 이탈리아는 ‘스푸’ 뭐라고 하는 것 같던데.” “맞아. 이탈리아는 스파클링 와인을 ‘스푸만테’라고 해. 스푸만테는 거품이 일다는 뜻의 동사 ‘스푸마레’에서 온 건데 최근에는 ‘아스티’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지. 원래 얘도 ‘아스티 스푸만테’라고 불리다 1993년 이탈리아 와인의 최고등급인 DOCG로 승격하면서 간단히 아스티라고 불러. 아스티는 피에몬테의 한 마을 이름인데 샹파뉴처럼 지역이 와인의 종류를 대변한다고 보면 돼.” “그렇구나. 이젠 나도 ‘샴페인 주세요’ 대신 ‘아스티 있어요?’라고 아는 티를 한번 내봐야겠네.” “거기에 간치아의 설립자인 카를로 간치아도 알아두면 유용하지. 1865년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사람이거든. 이 덕에 1870년 왕 비토리오 엠마누엘 2세는 간치아를 공식 와인 공급처로 정했고, 식전주로 쓰인 와인에 ‘비앙코 간치아: 왕들의 베르무스’라는 문구를 쓰도록 허락해줬어.” “간치아는 프랑스로 치면 돔 페리뇽 같은 사람이구나.” “현재는 누가 만드는 지 알아? 바로 너무나도 유명한 명품 그룹 LVMH의 장녀인 델핀 아르노 간치아야. 2005년 5대째 가업을 승계한 알렉산드로 간치아와 결혼했거든. 물론 와인 사업은 남편이 주로 하지만 남편 게 자기 거 아니겠어. 델핀 아르노 간치아는 작년 포브스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상속녀 2위에도 올랐었지.” 이탈리아 최대 스파클링 와인 회사와 세계적인 명품 그룹이 결합한 와인이라. 와인이 왠지 더 ‘부티’나 보인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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