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찾아서]전준일·권영미“부자농부비결?주민들과어울리세요”

입력 2008-05-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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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이 위기란 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농사지어서 ‘떼돈’벌었다는 사람도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자연을 찾아, 여유를 찾아, 그리고 돈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정말 농사가 돈이 되나?’란 우문에 ‘당연히 돈이 되지’라고 현답을 쾅쾅 내려주는 곳이 있으니 바로 농업CEO 양성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한국벤처농업대학. 한국벤처농업대학의 전준일(이하 전) 교수와 권영미(이하 권) 사무국장을 만나 ‘부자농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한국벤처농업대학은 어떤 곳입니까? 전: 농업인, 사회인들을 교육하는 곳이죠. 2001년에 설립되었고 지금까지 약 7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사실 그 동안 한국농업은 국민들의 식량,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것에만 너무 경도되어 있었습니다. 국제간 무역환경과 시스템이 바뀌고 있는데 이제 농업만 보호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죠. 농업이 세계시장에 내던져졌는데 농민들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사람이 우선 바뀌어야죠. - 벤처농업이란 건 뭡니까? 전: 지금에야 여기저기 다 ‘벤처’라 신선한 맛이 떨어지지만 8년 전만 해도 농업에 벤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인 일이었죠. ‘농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농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벤처 마인드를 강조합니다. 경영 능력이 있어야죠.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농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출 1, 2억 수준일 때는 관리개념이 사실 불필요하지요. 그런데 10억 이상 올라가다보면 장사는 되는데 관리가 안돼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 다들 한국농업이 위기라고 하는데 거꾸로 ‘농업으로 부자가 된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전: 국경이 무너지고 개방화시대가 되었죠. 품질 좋은 외국 농산물이 밀려들어옵니다. 우리 농산물은 값도 비싸고, 인건비도 높고…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위기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볼까요?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30미만입니다. 그런데 우리 식량을 외국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잖아요? 누군가 해야죠. 우린 먹어야 하니까. 그런데 누가 합니까? 결국 우리 먹거리를 잘 아는 우리 농민들이 할 수밖에 없죠. 그게 가장 큰 힘입니다. 농업은 다행히 그렇게 급격하게 바뀔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꾸준히 훈련을 하고 경영을 공부하고, 소비자에 맞추고, 준비를 하면 농업이 대단한 블루오션이 될 겁니다. - 농업이 더 이상 1차 산업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전: 산업 간의 벽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학계만 해도 이공계와 인문계의 구분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어요. 농업도 마찬가지입니다. 1차 산업에만 머무르고 있으면 안 되죠. 품질은 비슷비슷한데 어떻게 하면 내 물건을 소비자에게 팔아먹을 수 있느냐? 그러다보면 2차 가공도 해야 하고, 3차 마케팅도 연구해야죠. 아가씨가 나와서 상품도 들고, 사진도 찍고, 설명도 열심히 하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 도시에서 귀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성공확률은 어떻습니까? 전: 흔히 사람들이 사업이 잘 안 되거나 상사에게 터지고 나서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하죠? 100실패입니다. 농사나 짓지가 아니라 도시에서 배운 마케팅 능력, 경영 능력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귀농하면 성공합니다. 권: 한국벤처농업대학의 학생들을 보면 귀농자들이 성공한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귀농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아주 빠르죠. 콩, 버섯 등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작목들을 많이 선택하고요. 도시 귀농자들의 경우 자본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죠. -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특별히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면요? 권: 처음 3년 정도는 농사에 어려움들을 겪어요. 농업은 과학이거든요. 지역 주민들의 배타적인 분위기에 못 견디고 다시 도시로 올라오는 경우도 많죠. 지역 주민들과 잘 융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유기농 농사를 짓고 싶어도 기존에 농사짓던 사람들이 농약을 팍팍 쳐대면 그 농약이 다 날아오잖아요? 평소 주민들과 관계가 좋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겠죠. 농촌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5년 정도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육도 받고, 농촌의 빈집을 이용할 수도 있고, 이웃도 사귀고, 땅을 매입하기 전에 주말농장을 빌린다든지… 그렇게 준비하지 않고 그냥 내려가는 것은 무모합니다. 전: 우리나라에 몇 백만 명은 농업으로 먹고 사는데 귀농을 한다는 것은 그 시스템에 들어간다는 얘기죠. 그런데 준비 없이, 패배감을 안고 가서 먹고 살 수 있겠습니까? ‘5년 후쯤이면 따라잡을 수 있겠다’하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서야죠. 아니면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 지역주민들의 텃세를 걱정하는 귀농자들이 많습니다만. 권: 여러 사례가 있죠. 심한 경우 자기 고향으로 내려가도 텃세가 있을 정도인데요. 이 경우 결국 기존에 터를 잡고 계신 원주민들에게 ‘타지 분들을 좀 잘 대해주세요’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 학교에서도 그런 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래서 이장제도, 주민제도 같은 것을 구상 중입니다. 귀농을 계획하신 분들과 주민들을 연결시켜 주고 명예주민, 명예이장도 맡게 하고. 알면 사랑한다고, 자꾸 만나야죠. 어느 날 갑자기 몇 억 들고 내려가서 집만 멋있게 지어놓고 시작한다? 그 마을의 섬 되기 딱 알맞습니다. - 성공한 농업인들은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전: 기본적으로 공부들을 엄청나게 많이 합니다. 의지, 열정이 달라요. 권: 꿈이 있고 이를 실천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열심히 강의를 듣고, 들은 것을 바로 따라하죠. 기존에 농업을 하시던 분들은 강의를 듣고 돌아가서 실천을 잘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귀와 눈만 높아지고요. - 끝으로 지금 이 순간 귀농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전: 지역에 가면 꼭 필요한 게 있어요. 도시와의 소통 역할이죠. 서울대 교수 출신 분이 강원도 시골로 가셨는데 주민들에게 엄청 존경을 받고 사세요. 주민들이 감자를 팔아야 하는데 팸플릿을 굉장히 ‘농민스럽게’ 만들었답니다. 이걸 디자인도 하고, 소비자들이 혹 할 수 있는 문구 같은 것도 넣고 하니 감자가 잘 팔렸던 거죠. 당연히 존경을 받지 않겠어요? 그런 걸 하라는 거죠. 가서 주민들과 경쟁해서 농사짓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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